김혜성은 덕아웃에 앉아 있었다. 땀으로 젖은 유니폼과 손에 묻은 흙, 그리고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서울 고척 스카이돔의 공기가 그를 둘러쌌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미국에서 보내온 메이저리그 계약 제안서가 그의 가방 한 구석에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것은 그의 손에 든 글러브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
"가야지..." 그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무대였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익숙하고, 너무나 소중한 키움 히어로즈와의 이별이 그를 가슴 아프게 했다. 특히나 그를 응원해준 팬들이 떠올랐다. 경기를 보러 와서 그의 이름을 외치던 그 얼굴들, 겆순이부터 나이든 빚쟁이들까지. 그들의 함성, 웃음, 그리고 눈물까지. '내가 떠나면 그들이 나를 잊지 못하고 슬퍼하겠지?'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는 생각했다. "그래, 이별은 준비가 필요해. 팬들이 나를 미워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 그래야 내가 떠나도 그들은 괜찮을 거야."
그날부터 김혜성은 결심했다. 일부러 잘못된 플레이를 하기로. 공이 오면 엉뚱한 방향으로 배트를 휘두르고, 스윙은 마치 골프 선수처럼 허공을 갈랐다. 팬들은 처음엔 웃으며 넘어갔다. "아, 김혜성이 오늘 장난치는 건가?" 그랬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의 엉망진창인 플레이는 심각해졌다. 이루수로서 공이 오면 잡지도 못하고, 1루로 송구할 때는 공이 관중석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수비 중 실책을 반복하며 그 역시 고개를 떨구곤 했다.
"어? 김혜성이 요즘 이상해." 팬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원래 저렇게 못하는 선수가 아닌데… 혹시 부상이 있나?" 경기장에서 일어난 소소한 야유가 점차 늘어나고, 그의 팬카페에는 실망한 팬들의 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혜성은 꿋꿋했다. '이제 그들이 나를 미워하면, 내가 떠나도 덜 슬퍼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더 엉뚱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팬들이 쉽게 그를 미워할 수 없다는 것. 그를 바라보며 실망의 한숨을 쉬던 팬들은 곧 그가 떠나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깎아내린 이유를 깨달았다.
"우리 혜성이, 일부러 그러고 있었구나…" 팬들은 눈물을 훔치며 그의 의도를 이해했다. 자신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하려던 그의 헌신적인 마음을 알게 된 그들은 오히려 더 슬퍼졌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우리를 생각한 거였어."
김혜성은 어느 날 경기 후, 혼자 야구장을 돌아보았다. 어둑한 조명 아래, 그가 익숙하게 걸었던 그라운드, 그의 몸에 배어 있는 이 공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 그가 사랑하는 팬들도 결국 그를 이해해 줄 거라 믿었다.
출국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더 좋은 모습으로 떠나고 싶었지만, 여러분이 슬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떠난 후에도 키움 히어로즈를 응원해 주세요. 여러분은 언제나 제 마음속에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남기고, 김혜성은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었지만,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도 느껴졌다. 팬들은 그가 떠난 후에도 그의 유니폼을 보며 그를 그리워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마음속에는 그를 응원하는 따뜻한 감정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김혜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그가 언제나 팬들에게 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뛰었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