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하자면 엘렌 예거를 주인공에서 분리하지 못한 애매함에서 나오는 거 같다

사실 돌이켜보면 솔직히 말해서 결말의 큰 틀(즉 땅울림으로 인구 80%가 삭제된 시점)은 크게 변할 일은 없음.

크게 세 가지로 나뉘겠지? 모두 죽이고 파라디 섬 인구만 남느냐, 그냥 80% 컷하는 선에서 끝나느냐, 갑자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등장해서 모두가 행복해지느냐?

당연히 마지막은 그냥 누가 봐도 욕을 한사바리 싸지를 결말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둘 중에 하나밖에 없음.

근데 사실 전자도 말이 안 됨. 솔직히 이딴 결말 내면 서사적으로 그 전까지 왜 반 예거파 무리들이 중심이 되어서 진행이 되었겠냐?

그냥 뭐 극우파다, 홀로코스트 옹호다, 이런 이야기들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애초에 네러티브 진행 측면에서 말이 안되는 거지

그런 걸 납득 시키려면 이야기 진행 자체를 예거파 중심으로 얘기를 확실히 깔아놔야지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교차되는 이야기를 뭔가 깔아놓거나

하지만 땅울림 이후 메인 이야기 진행 자체가 반예거파 연합이 예거파를 밀어내고 땅울림을 막으러 가는 게 핵심 서사잖아?

결국 이야기 자체가 향하는 건 80% 남기고 반 예거파가 막는 그림으로 갈 수밖에 없긴 함. 즉 방향 자체는 맞긴 한 거지.

그럼 남는 핵심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이거 같은데

여기서 하지메의 약간 기존 일본 만화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거 같음

사실 같은 주인공이라고 할지라도 지하실 이전과 지하실 이후의 엘렌 예거는 서사적인 관점에서는 아예 180도 다른 인물임

그 전에는 당연히 일본 소년 만화의 성장형 주인공에 완벽히 부합하는 인물이지만, 지하실 이후에는 아무리 좋게 봐도 최소한 다크 히어로인 거고

내 느낌으로는 그냥 좋게봐도 안타고니스트(반동인물), 어떻게 보면 빌런에 가까운 입지로 완전히 바뀐 상황이라고 생각함

특히 땅울림 이후로 반예거파가 엘런 예거 막으러 과정에서는 완전히 빌런에 가까운 입장임.

그렇다면 이런 빌런을 막는 과정에서 미카사, 아르민과 엘런의 감정적인 교감은 오히려 막으러 가는 과정 중간에 삽입하고,

반예거파가 엘런 예거의 모가지를 따고 승리를 확정 지은 시점에서는 더욱 그 상황을 드라이하게 표현하는 게 옳지 않았나 생각함.

이런 상황을 아주 잘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 다들 알만한 유명한 영화 <다크나이트>임. (스포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