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까지 자격증없이 시설팀에서 일했었다.

20대 후반에 지거국 졸업하자말자 처음에 알바한다 생각하고 모스포츠구단 하청업체 시설팀에서 일할 수 있었다.

다른시설일보다 일도 널널하고 복지도 대우도 괜찮았다. 월급은 처음에 작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적당히 올려줬다. 

그러니깐 사람이 거기에 젖어들어서 일이나 열심히 하고 처음에 생각했던 공부도 접어두고 술마시고 게임하면서 5년넘게 일했다.

소장도 바뀌고 팀원도 바껴도 나는 그냥 있다보니 너네들이 겁나 무시하는 30대 중반 무수기 시설기사가 되었다.

무수기가 되니깐 니네들도 나같은 사람보면 답답하겠지만 무수기도 자기인생 생각하면 존나 답답해지더라.

막연히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구직공고들을 3달동안 매일 보고 이력서넣고 당직하고 쉬는날이면 무조건 면접보러갔다. 

하루에 4군데 면접보러 다닌적도 있다. 거의 다 좆소라 믹스커피 마시면서 일 좀 할수있을거 같아요? 정도만 물어보더라.

그따위 면접도 많이 보니깐 나중엔 대기업면접도 긴장안되더라.

자격증도 없고 전공과도 관련없는 시설팀에서 4년 일한 나를 뽑아주는곳은 시설관리직 아니면 전공관련 생산직이더라.

여기저기(거의 당직땐 사람인만 쳐다보고 있었던거 같다.) 알아보던 도중 다른 스포츠구단에서 관리팀 경력직 뽑는 공고를 보게되었다.

설마 되겠어? 그냥 내 자소서 쓴 게 대기업에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지원했고 면접봤고 취업해서 지금 몇달째 다니고 있다.

월급은 시설일 할때보다 150만원 넘게 올랐고 간단한 교체작업 아니면 데모도만 하고 검침돌고 당직만 서던 내가 지금은 소장한테 주간업무일정 보고받는 자리에 있다.

내가 했던 이직 팁을 얘기하자면 자소서는 무조건 대기업다니는 사람한테 피드백 받아라. 나는 이직준비하면서 대기업다니는 사람 만나면 무조건 내 자소서 피드백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내가 쓴 자소서가 얼마나 똥같은 종이 낭비인지 알 수 있다.

면접 때 할 말은 예상질문 만들고 달달 외워서 그 대답들 조합해서 말했는데 더듬거리거나 생각하는 시간없이 굉장히 논리적이고 준비된 사람처럼 보였다더라.

끝으로 새벽 2시까지 롤이나 쳐하던 무수기가 대기업 가니깐 주변사람들 다 시발 저새끼가 가면 나도 하면서 이직준비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