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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전실 선배와 후배.txt모바일에서 작성

시갤러(218.233) 2024.08.27 11:08:18
조회 395 추천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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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위로 툭툭 선을 깐다.
물론 장원형을 움푹움푹 흠내서 선이 안좋다고 악평하며 석 잘라내고 한움큼 쓰레기가 나오지만, 결국에는 해낸다. 물론 쓰레기는 내가 버린다.
그는 어엿한, '무수기'다.

물론 나도 큰 현장 입찰된 중견 공사회사를 2년 다녀서 할 줄 안다. 점심 먹고 뺀찌가위니퍼로 선까기를 존나게 연습시켰으니까.

하지만 입사 후 1년까지는 윗사람 빨아줄줄 알고 내용을 알아도 모르는척 다시 배우라고 들었다.
그는 전동기나 기존 구성된 릴레이 회로는 모르는 듯했다.
사진을 보고 연결하는 정도의, 지극히 정상인인 것이다.
후크메타는 단락시 소리나는 기기, 현재 전압이 얼마나 걸려있는지 알 수 있는 기기.
그는 최면의 나선처럼 끝자리가 변칙적인 그 숫자들에 빠져든다. 마침내, 후크미터를 노려본다.

무슨 일인지 느낌은 온다. 그의 신조, N-RST간 0.1V의 허용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그의 직감.
"이상이 있을텐데..."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나는 옆에서 거든다.
"큰일 아니에요?"


그는 정말 모르는 듯했다. 기기가 미워보이는 듯했다.
이윽고 입을 연다.
지식의 대방출시간.
점심이 가까워 그의 당이 떨어졌을 때인 것을 짐작했다.
"그러니까 델타가 d할때 d잖아 d 생긴거 보면 선을 하나 더물린다는 거잖아
그래서 델타지. 사진 보면 어떻게 연결하는지 보이잖아 너 사진 안찍었어? 야, 사진도 안찍고 선 짤라놓으면 어떻게 연결해. 니가 알아서 해."

물론 알아서 했다.

그는 점심을 먹고 숙직실에서 거하게 낮잠을 잔 후, 2시간이 지나 내가 한 결과물을 보게 되었다.
"어, 돌아가네? 2시간동안 열심히 했어? 어떻게 했는지 보고해봐."

5분 걸렸다.

그는 보고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의 휴먼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두고 그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물론, 그와 대화하기 위해선 같은 레벨이 되어야 한다.
"인터넷 봤어요"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두마디를 듣고서 안도감에 흡족, 곧바로 혀를 찬다.
"야, 인터넷에 올라온게 여기 기기랑 같냐? 이러면 오작동 나서 터져! 똑바로 안해!"
최근 들어온 여직원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38노총각의 샤우팅은 복도를 크게 울렸다
"죄송합니다"
모터를 보니 이번에는 모터가 나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잠깐 멈출까요?' 하는 듯.

이쁘장한 여직원은 놀라 쳐다본다. 요일마다 스타킹 색이 달라지는 여자다. 물론 선배가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몰랐다.

그는 기세를 몰아 나에게 더욱 우렁차게 포효한다.
"모터 터지면 소장님이 힘들어지잖아!"
멘트가 확 깬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로, 남을 배려하는 멋진남자로 보이기 위한 멘트였을 터.
"죄송합니다 흐흐흑!"
질겁을 한 듯한 나의 연기는 여직원을 움직였다.
"그만하세요!"

남성성을 과시하는 남자와 겁쟁이처럼 여자 뒤에 숨은 남자의 평가는 어떨까.
팔을 걷어붙인 남자의 잔근육이 붙은 팔뚝은 마치 240파이 케이블이 연상된다.
난 여직원의 위로를 받으며 기전실로 향했고 그는 홀로 남겨졌다

나는 여기서 그에게 편지를 남긴다.

'선배님, 이번 작전은 실패한 것 같습니다. 다음엔 조금 더 남성미를 과시할 수 있게 380볼트에도 견디는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면 될 겁니다.'

이제 4개월이 되어가는 나의 소소한 일상이다.

다음 에피소드는 숙직실에서 생긴 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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