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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그렇게 쓰기로 약속했는데 거짓말 좀 하지마."
"21년부터 달라졌대요."
"그냥 외우라고. 흑적청백이라고. 너 내기할래? 갈색이 어딨어. 빨간색이 먼지 쌓여서 갈색처럼 보인거겠지."
충격적인 멘트로 내 졸음은 달아나버렸다.
미리 말해두지만, 그는 8년 경력으로 다양한 문제 일선에서 싸워왔고 그가 보고 들은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리라.
다만, 자격이 없을 뿐이다.
그는 '무수기'이다.
"인터넷에서 그렇게 나오던데요?"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넌지시 둘러대며 잘 모른다고 했다. 애초에 나는 그를 힐난할 생각이 없다. 지식에서 욕을 보인다면 그의 히스테릭과 요산 수치가 급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곤란한 것은 사실이다.
아프리카티비에는 교육방송이 없나보다. 전기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가 보는 그곳에서 그를 가르쳤으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성교육시간이다. 아니면 골라 보는 건지 모르지만.
그는 열이 받아 나를 노려보았다. 똑똑히 교육시켜주겠다는 생각이리라.
"따라와 봐."
관리사무실로 향하는 것 같은데.
지금 과장님이 노가리까고 있을 시간인데.
선배가 문을 열자 거기 있는 모두가 바쁜 척을 시작한다.
"소장님, 이런 애를 뽑으면 어떡해요!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얘."
규정이 바뀐 건 정녕 모르는 걸까. 아니,
선 색깔을 모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일까.
그가 소장이라고 부르는 전기과장이 나를 슬쩍 쳐다본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다가 요일마다 스타킹 색이 달라지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군중심리, 필경 그 효과를 보려 한 것일 테다.
사실여부 관계 없이 타인을 모함하여 본인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단순선동, 사회심리학의 어나운싱이다.
선배가 호감을 보이는 대상은 이 관리사무소에만도 3명이 있다. 전기과장, 테니스 선수출신의 여직원(31), 그리고 스타킹의 그녀(25).
그들에게 나를 비교대상으로 세움으로 본인을 돋보이려는 심산이다.
"모르면 배워야지, 기어오르는게 말이 돼요? 답답해요 정말!"
"제가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그의 중상모략을 듣고 있자니 너무 귀여워서 입가에 미소가 흘렀고, 과장은 그것을 본 듯했다.
"너 사무실은 어쩌고."
"아, 맞다."
"그렇게 자리 비우지 말라고 몇 번 말했어, 이새끼야! 너 새대가리냐?"
새대가리는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숙였다.
나도 동의하지만, 사수가 혼나는 중이므로 같이 고개를 숙였다.
폭언과 욕설이 조금 온 후에 냉큼 꺼지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우리는 움직였다.
기전실로 향하는 중에 그는 억울함에 치여서 계속 말한다.
"야, 너 똑바로 해라. 아는 것도 죶도 없으면서 아는 척 하지 말고. 가르쳐준대로 배우라고. 너 몇 년 됐는데? 난 10년이야. 넌 겨우 한달도 안됐고!"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들었으면, 의심해볼 여지는 있다.
물론 내 지식을 의심할 필요는 없고, 그의 인생 스승이나, 내 안에 있는 '그는 사실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공상적 편견에 대해서 말이다.
기전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말했다.
"그래, 어디 너 좋아하는 인터넷으로 찾아서 보여준다"
좀처럼 화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씩씩거리며 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버릇이 돌아 갑자기 아프리카티비를 켰다가 끄고, 네이버 앱을 실행하는 것까지 본 후에 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했던가.
필히 무안하리라.
1000페이지가 넘는 KEC 규정약본은 그가 읽기에 메모리와 저장용량이 모자랄 테고, 단순한 전기지식을 다루는 하나의 블로그만 보아도 무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므로 배려심에 자리를 비켜주려 했지만,
"어쭈, 도망가지 말고 가만 있어."
내가 더 쪽팔린 느낌이었다.
멘트 하나하나에 귀여움이 묻어나지 않는가?
톡톡톡
눈을 부라리며 찾아봐도 원하는 것은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선배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은 여럿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의 수단은 뭐랄까.
가엾다.
"자, 봐봐. 흑적청백 나오지? 여기 건물 변압기랑 똑같지?"
2001년 완공된 이 건물 말인가.
변압기 부스바 색이 그랬다. 정성스레 캡쳐하고, 내게 스크린샷을 보여준다.
원본을 보여달라하고 포스팅 날짜를 확인하는 치졸한 짓은 하지 않았다.
지금도 신설이 아닌 경우에는 흑적청백을 쓰고 있긴 하니까.
그는 틀린 것이 아니다.
배우기를 게을리 하여, 최신화가 느릴 뿐이다.
"엇, 진짜네요?"
나는 그를 존중하는 길을 택했다.
"것봐. 내기하자니까 쫄아서는."
하지만 그것은 밥먹고 입으로 배변하는 그에게는 와닿지 않는 모양이다.
그의 기분이 풀려 보였다.
검색하다가 알게 됐겠지.
나더러 자기가 맞는 줄도 모르는 놈이라고 생각하겠지.
나중에 또 기본기 테스트였다고 둘러대겠지.
그럼에도, 그가 얼굴을 펴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했다.
논쟁거리도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해봤자 서로의 기분만 상할 뿐이다.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뭘 쪼개. 한 수 배웠지?"
"예. 감사합니다."
이 씨발놈은 갱생이 되지 않는 듯하다.
그는 부사수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 '무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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