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SSG 랜더스는 지난 시즌과 정반대 상황에서 개막을 맞이한다.

지난 시즌에는 확실한 외국인 원투펀치와 국내 선발 원투펀치를 갖춰놓고 개막전을 치렀다. 그러다 시즌을 치르면서 선발투수가 하나둘씩 부상으로 사라졌다. 반대로 올해는 재활 중인 박종훈, 문승원 없이 6월까지 버텨야 한다. 외국인 원투펀치 외엔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발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외국인 원투펀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재계약한 기존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와 새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가 굳건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국내 선발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까지는 순조롭다. 13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만난 김원형 감독은 "폰트와 노바, 케빈 크론까지 외국인 선수들이 준비도 잘 해왔고, 성격도 잘 맞는다"면서 기대감을 보였다.

김 감독은 "폰트는 지난 한해 한국야구를 경험한 게 올 시즌 도움이 될 거다. 보이는 모습도 작년보다 더 밝아졌다"고 했다. 조웅천 투수코치도 "폰트가 몸을 잘 만들어 왔고, 작년에 선발 역할을 경험한 만큼 올해 좀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했다.

메이저리그 90승 투수 출신 이반 노바도 기대를 모은다. 외국인 투수 성공에서 반을 차지한다는 성격과 적응력은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SSG 관계자는 "항상 유쾌하고 흥이 넘치는 선수다. 훈련이 끝나면 헤드폰을 쓰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북돋운다"고 전했다.

조웅천 코치도 "한국에 와서 먹은 프라이드 치킨, 양념치킨에 완전히 반했는지 정말 치킨을 좋아하고 잘 먹는다. 성격 때문에 말썽이 생길 일은 없는 선수다. 무엇에든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훈련 스케쥴이나 요구사항 같은 것도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불펜피칭에서 보여준 투구도 "괜히 빅리그 90승 투수가 아니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인상적이었다. 조 코치는 "약간 슬로우 스타터라 아직은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볍게 던지는데도 커맨드와 볼의 움직임이 정말 좋았다. 싱커, 커브 등 확실한 무기가 있는 만큼 경기 운영도 잘할 거라고 본다. 메이저 경력이 있는 투수다웠다"라고 칭찬했다.

조 코치는 무엇보다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는 노바의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조 코치는 "팀의 3, 4, 5선발이 다른 팀에 비해 약하다 보니 외국인 투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국내 선발 등판때 중간, 마무리들이 다소 과부하가 걸리면 외국인 투수들이 긴 이닝을 소화해서 불펜에 휴식을 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주문을 전해들은 노바는 "만약 우리 팀 중간 투수들이 피곤할 때는 100구를 넘긴 뒤라도 한 이닝을 더 던지겠다. 120구까지도 던질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조 코치는 "노바가 '교체 시기가 돼서 코치가 올라오면 중간 투수들의 피로도까지 감안해서 한 이닝 더 갈지, 여기서 내려갈지 내 의사를 얘기하겠다'고 하더라. 외국인 투수가 먼저 그렇게 얘기하는 건 처음이라 코치로서 고마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