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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첫사랑과 나의 인생 이야기(2학년)

원랜디하실분구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2 17: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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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과 나의 인생
·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과 나의 인생 이야기 (1학년)



이것은 100% 실화를 기반으로 한, 나의 이야기입니다.








2학년이 시작되었다.


2학년에 같은 반이 되었다고, 그 여자애와의 관계가 특별히 돈독해졌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그냥 그대로였다. 하지만 변화는 있었다.


2학년이 되고 첫 중간고사였다. 평범한 고등학교의 이과생들이라면 아마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 물리 ' 라는 과목에 학생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첫 중간고사. 물리 과목의 평균 점수는 무려 40점 대였다. 그리고 난 당당하게 81점?이라는 점수로 반에서 2등을 했다. 1등은 나와 한문제 차이. 이 1등 녀석은 물리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상한 괴짜 녀석이었다. 이 녀석이 얼마나 물리를 좋아하는지는 반에서도 겁나게 소문난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새끼 오타쿠였던 것 같다. 과학 광인 것도 그렇고 하는 행동거지도 그렇고.... 나이먹고 생각든 거지만 ㅋㅋ..



2등이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내가 물리에서 반, 전교권의 점수를 받으니까 그 여자애가 너 왤케 물리 잘하냐면서 엄청나게 추켜세워 주더라. 남자애가 나한테 그랬다면 억지 허세라도 부리던가 깝죽댔을 거지만, 여전히 쑥맥이었던 나는 그냥 얼빵한 표정을 지으며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속은 달랐다. 정말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물리 뿐만이 아니었다. 1학년 때와 달리 최상위권이라고 말해도 손색없을 성적이 중간고사에서 나오자 그 여자애가 1학년 때는 맨날 자기만 하던 녀석 맞냐면서 엄청나게 칭찬해 주었다. 그렇게 말을 들어도 속내는 다 밝히지 못하고 그저 여전히 멋쩍게 웃을 뿐이었지만, 내가 이제껏 해온 노력들이 보상받는 것만 같았다. 내가 원했던 게 바로 이거였다. 그 날 하루는 정말 미친듯이 좋았다. 행복했다. 세상을 전부 다 가진 기분이 들더라.


이 때 난 정말로 사랑에 흠뻑 빠져버리게 된 것 같다.



5월 25일.


나는 아직도 이 날이 언제인지를 기억한다.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그저 카톡으로 몰래 알게 된 그녀의 생일.



나는 모쏠이기도 하지만, 여자애에 대해서 거의 무지했다. 당연했다. 애초에 사춘기를 접하고서부터 여자와 말을 섞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애한테 뭘 선물해야 할까 정말 고민하던 차에, 학원에서 아이들의 멘탈을 관리하고 공부 잘 하고 있는지 스케줄 표 등을 봐 주는 예쁜 여자 선생님 한 분에게 부끄럽지만 정말 큰 용기를 내어서 여자애한테 생일선물을 뭘 해주면 좋을 지 물어보았다. 생각해보면 인생 살면서 정말 몇 번 안 내본 용기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난 남의 도움을 절대 빌리려하지 않는 성격이었기도 했고, 부끄러움을 느낄 것 같은 상황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정말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고, 나는 도움을 얻어서 5월 24일 처음으로 혼자 가 본 백화점에서 썬크림을 생일 선물로 사게 된다.


나는 그 날 밤 그 여자애에게 줄 편지를 썼다.



5월 25일 당일.

나는 알람을 맞추고 평소 등교시간보다 훨씬 빠른, 정말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그리고 잠겨있는 학교 철문을 담벼락 넘듯이 넘어간 후에 아무도 없는 학교에 혼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여자애의 자리에 몰래 선물을 넣었다. 그리고 다시 학교를 나가려던 찰 나, 편지가 너무 마음에 걸렸다. 불안했다. 편지의 내용부터 이걸 준 게 나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까지 너무나도 불안했다.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관계가 박살나버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부터 내가 보여준 게 아직 부족한 건 아닐까 하며 몇 번이고 입술을 곱씹으며 빈 교실을 서성였다.


그러다가 결국 편지는 빼버리고, 선크림이 든 선물상자만을 남겨둔 채 학교를 나갔다.


그런데 학교를 나가려는데, 1층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라. 나는 몸을 숨겼다. 등교를 한 학생이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그 학생은 여자애의 가장 친한 친구 팸중 한 명이었다. 정말 한 숨도 쉬지 않았다. 걔가 지나간 후, 나는 인기척을 내지 않게 신발까지 벗고 양말로 1층에서 학교 밖으로 나온 뒤, 혹여나 나인 것을 들킬까 하는 마음에 일부로 등교에 지각까지 한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다. 편지를 빼는 것에 고민을 너무 한 것일까. 편지를 빼놓고도 나인 것을 들킬 뻔했다.


등교를 늦게 했기에, 그 여자애가 선물을 받았는지는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1학년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처음 시작해 본 공부. 내 공부의 길은 마냥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거의 처음하는 공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원래 성격이 이랬던 것일까. 나는 매일같이 나를 채찍질했다. 더 해야만 한다라고 수 만명의 내가 나한테 메아리치며 협박하는 것만 같았다. 정말로 괴로웠다. 그러다 고이고 고인 스트레스가 터져버려서 나는 기말고사 전에 공부를 놓았다. 학원에도 가지 않았고, 내신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도 괴로웠지만, 엄마도 정말 괴로워하더라. 쉬는시간까지 공부를 하던 나는 어디가고, 수업시간에마저 자는 내가 있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내가 순식간에 이러는 것을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더라.


너무 괴롭고 공부가 싫었어서, 정말 미칠 것 같았을 때에는, 가끔 걱정하러 와주는 그 여자애마저 보이질 않더라. 한번 재미를 잃으니까 공부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나는 한번 의욕을 발휘하고 미친듯이 공부했다가 한번 순식간에 놓아버리는 이 행동을 고등학교 2학년부터 3학년까지 약 3개월의 주기로 미친듯이 반복하게 된다.



그래도 정말로 포기는 하지 않았다. 아직 뚜렷하게 나의 목표란 게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 포기를 막아주시고 마음을 가다듬게 큰 역할을 해 주신 것은 학원의 원장 선생님이셨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정말로 엄하셨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발바닥, 손 겁나 때리면서 엄하게 다루셨다. 수학 최상위권, 과학고 등 영재로 가득 찬 그 반의 일원들도, 그 누구도 제외하지 않고. 근데, 나만은 특별하게 대해주셨다. 원장님께서는 한번은 원장실로 날 데려와서 내가 숙제를 안하고 학원을 안 나와도 난 너를 때리지 않는다며 날 믿어주셨다. 그저 묵묵히 믿어만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까 나는 눈물이 미친듯이 나왔다. 이 행동을 한 두번 쯤 했을 때 수학 최상위권 반의 분위기를 너무 해친다며 어쩔 수 없이 날 그 반에서는 빼긴 하셨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화를 내거나 때리신 적이 단 한번도 없으셨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폭발한 이후부터, 나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아주 조용하게 그 여자애를 몰래 바라보는 것.


그냥 그렇게 보고 있으면 조금은 나아졌다. 특히 가끔 책상에 엎드릴 때 얼굴을 묻고 긴 생머리로 시야가 차단되면, 혹시나 들키진 않을까 눈치도 보지 않고 정말 지긋이 쳐다보았었다. 난 그녀가 엎드렸을 때의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는 웃는 모습이였다. 평소에는 신경을 쓰는지 조용히 조신하게 웃는데, 정말 웃긴 상황이 나와서 빵 터지면 아줌마가 웃는 것 마냥 웃더라. 고3의 국어 선생님께서는 이걸 보면서 너는 가만히 있으면 완전 아가씨인데 웃을 때는 뭔 아줌마가 와있다고 겁나 깬다고 하셨다. 난 이 꾸밈없이 빵 터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다.




고등학교 2학년, 무더운 여름날, 뭔 명목으로 했었던 건진 기억이 안나는데 반 애들 전부 모여 물총싸움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 물총싸움에서 유독 그 여자애가 신경쓰였다. 얇은 하복이 물 맞으면 다 비칠 속옷을 생각하니 신경이 쓰여 물놀이는 거의 하지 못했다. 만약 젖으면 씌워줘야지 하고 수건을 하나 챙겨 어느 울타리에 걸어 놓았다. 화장이 지워질까 몸을 사리던 여자애는 짓궂은 남자애 한 명이 너도 젖어야지 하면서 물총을 마구 갈겨대는 바람에 옷이 다 젖어버렸다. 역시나 내 생각대로 옷이 젖어 속옷은 다 비쳐보였고, 나는 갖다 주려고 수건을 찾았는데, 애들이 놀며 울타리가 흔들렸는지 내 수건은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나는 내 나름 남자답게 포인트를 딸 기회를 놓쳤다.



또 여름에는 체육대회가 있었다. 나는 중학교때부터 골키퍼를 했다. 축구는 재밌다고 느끼지만, 나는 공을 다루는 능력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렇지만 반사신경은 꽤나 준수한 편이었기에, 난 골키퍼를 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반 대표 골키퍼로 나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축구를 미친듯이 파고 골키퍼를 엄청 깎은 수준은 아니었기에, 난 축구를 하고 오면 다이빙을 하다 온 몸이 쓸리고 모래투성이가 되고 그랬었다.



골키퍼를 하며 다이빙을 하며 가끔 정말 어려워 보이는 공들을 막고 오면, 여자애가 잘한다며 칭찬해 주더라. 막았을 때의 반 여러 놈들의 환호보다도, 그게 너무 좋더라.


한 번은, 골키퍼를 하며 딱 달라붙는 츄리닝을 입은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이 츄리닝을 별로 입지 않는데, 이유는 너무 딱 달라붙어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살짝 기장이 짧아서 발목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여자애가 골키퍼를 하고 돌아온 내 모습을 보더니, 이 바지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해 주더라.


티는 내지 않으려고 골키퍼를 할 때는 더 이상 이 바지는 입지 않았지만, 난 평소에 옷을 가려입지도 않았지만서도 이 바지만큼은 애착이 강해 그 이후로 정말 많이 꺼내 입게 되었다.



정말 길고 괴로움이 시작되었던 고등학교 2학년을 보내면서, 나는 내 목표를 하나 둘 점차 확정짓게 된다. 첫 번째는 연세대학교를 입학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말로 연세대에 입학한다면 그 여자애에게 고백하기로.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의 진로를 선택할 때가 다가왔다.



나는 1학년 때와 변하지 않고, 내 주 종목이며 자신이 있는 물리와 화학을 선택했고, 그 여자애는 화학과 생명을 선택했다. 나는 2학년 때처럼 같은 반은 못 되겠거니 하고 많이 아쉬워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나와 그 여자애는 또 같은 반이 되었다.


물리와 화학을 둘 다 선택하는 놈은 나나 2학년 때 물리 1등한 과학광 녀석처럼 정말 매우 극소수에 불과했고, 그 때문에 화학과 생명을 선택한 반에 같이 편성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서 나는 정말 운명처럼 3년 내내 그 여자애와 같은 반을 하게 되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내 절친 녀석도 3학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반의 적응을 위해서, 아마도 붙임성이 살짝은 모자란 나를 위한 선생들의 세심한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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