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연일 북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급기야 북한은 최고권력기구 국방위원회가 보복전에 나서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 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지킬 가치가 없는 나라’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국가의 기본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인데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인권도 없고 어떤 때는 마음대로 처형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북한을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북한과의 갈등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김 대변인은 지난달에도 대북 감청이나 휴민트(인적 정보자산)로 얻은 기밀정보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한 수준이라고 밝혀 ‘국면전환용 북풍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 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지난해부터 김관진 장관이 1~3월 북한 도발설을 제기하는 등 국방부가 대비태세보다 북한 자극에 힘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이 정치화된 전형적인 사례로, 세월호 침몰사고와 지방선거 국면에서 북풍을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북한을 소멸 대상으로 지칭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통일의 파트너’로 상정하고 있는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독일 방문 당시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을 제시하며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공동 구축, 동질성 회복 등 3대 제안을 발표했다.

그 러나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으로 ‘드레스덴 구상’도 결국 북한 붕괴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북한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적이면서 같이 협력해 나가야 하는 파트너”라고 밝혀 정부 내부에서도 혼선이 있음을 보여줬다.

새 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방부에 대해 “상습적 안보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우파들한테 인기 얻는 것 참 쉽다. 시도 때도 없이 맥락도 없이 북한을 세게 때리면 된다. 보수도 제발 생각 좀 하며 살자”고 말했다.

북 한 국방위원회는 이날 김 대변인 발언 배후에 군부와 박 대통령이 있다면서 “지방선거 참패를 모면하기 위해 전면대결의 불집을 터트리려는 것”이라며 “우리 체제를 없애버리려는 특대형 도발자들을 가장 무자비하고 철저한 타격전으로 모조리 죽탕쳐버릴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