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뻘글 주의...

솜은 왜 이렇게 슬퍼요?

 
하루가 솜으로 시작해서 솜으로 끝나는 것 같은 4월.

모든 솜덕들이 그러겠지만...

 
내가 이렇게 한 공연에 미쳐본 적도 처음이고, 회전문은 둘째 치고 정말 극 자체가 나의 하루를 지배하는 것도 처음이고

내가 왜 이렇게 이 공연에 미쳐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심지어 보고나면 유쾌한 공연도 아닌데...

갈 때, 매 번 이만큼 봤으면 안 울겠지 하는데도 또 울고, 울고, 울기를 반복하는 나를 보면서

대체 솜은 어떤 극인가 요즘 계속 생각이 많이 든다...

다른 공연 모두 포기하고 이 공연에 올인하는 날 보면서도.... 평소에 회전문은 거의 안돌고 다작이 목표인 나에게

이렇게 미치게 회전문을 돌게 만드는 이 극 대단하다 생각도 들고...

그리고 정말 이렇게 아트윈에서 포스터가 내려가고, 다신 그 종이, 눈, 그리고 톰과 앨빈의 눈물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저릿저릿하고 그렇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엄청난 효과를 쓰지도, 엄청나게 많은 배우들이 나오지도 않지만

그 두 명의 배우만으로 극을 꽉 채우는 것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 갑자기...

치유극이라는 말에 혹해서 영업 당했던 초창기 시절. 사실 초연보고 별로란 생각을 가져서 재연은 아예 생각도 안 했었는데...

너무너무 힘든 시기 솜을 만나 사실 처음엔 그 안에서 더 무너졌는데...

힘들 때 솜이 더 생각나는 것 보니 다른 의미에서 치유의 의미가 맞긴 맞나보다.. 라고 생각도 들고.

다른 모습으로 서로 무너지는 톰과 앨빈을 보면서 객석에선 내가 무너지고 있었고...

나도 다리 위로 서고 싶다. 할 때 (정말 그렇진 않았지만) 톰이 나를 끌어서 내려오게 한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인사 할 때가 다가오니 별 생각이 다 든다...

무대에서 무너지는 소리, 관객에서도 무너지는 소리... 내가 이 걸 왜 보고 있나 싶으면서도..

커튼콜 끝나고 불 켜지고 푹 숙여서 계속 우는 관객, 눈이 시뻘개져서 나가는 관객, 감정이 주체가 안돼서 계속 앉아 있는 관객 등을 보면서

저 톰과 앨빈들이 (배우들이) 무슨 짓을 한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나는 솜 볼 때마다 가슴 치면서 울고 싶던데, 너무 답답해서.

제대로 소리 내면서 엉엉 울어보고 싶다.

솜은 숨죽여서 우는 게 너무 힘든 것 같아.

배우들도 뒤에서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울고 있는데, 관객들은 얼마나 배로 참고 있을지 생각해본다.. (물론 관객이 아니라 내 얘기일지도)

어딘가 어루만져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무너지기 때문에 치유가 되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보고...

내 생에 이렇게 좋아서 날뛰고 구르고 이런 극이 또 나타날지 잘 모르겠다.

대사 하나하나, 곡 하나하나, 연기 하나하나, 배우, 연출, 음감, 극장 뭐 하나 버릴 것 없이 너무 좋았던 2011-2012년도의 솜.

이제 정말 헤어질 날도 얼마 안 남았네.

이렇게 나의 심장을 터지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솜.

정말정말 보고싶을꺼야, 솜! 앨빈이 톰을 보고싶어 하는 것 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