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한 럽네다 호주공연 실황판 영화관에서 보고 왔음. 애초 예쁜 *이라는 말만 실컷 들어서 기대치가 바닥이라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난 생각보다 되게 재밌더라. 호주판이라 배우들 역량은 오유 25주년판에 비해 아무래도 좀 아쉬운데도 오히려 모르는 이야기라 더 흥미롭게 본 듯? 글구 잘만 만지면 한국에서도 흥행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보임. 내가 역시 막장코드에 익숙한 한국인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ㅎㅎ  

(제목에서도 썼지만 스포 가득할 수 밖에 없는 글이니 여기서 뒤로가기 누를 사람은 누를 것-)

일단 제일 중요한 캐스팅은 첫째는 당연히 팬텀이지만 두번째는 크리스틴이 아니라 구스타프. 애기 비중 디이입다 크고 노래 연기 다 되어야 함. 우리나라에서 저 정도 해줄 아역은 내가 본 중에서는 탕아마데랑 진호빌리 밖에 없을 거 같은데, 탕이야 괜찮지만 진호가 더 자라기 전에 한번 해 줬으면 하는 소망이...사실 싱크로는 진호랑 더 잘 맞는 느낌. 근데 영화 구스타프는 꼭 율리 어릴 때처럼 뽀송하니 생겼다는 ㅎㅎ

구스타프랑 팬텀이랑 붙는 씬도 상당히 많아서, 개인취향이지만 오히려 오유보다는 럽네다의 팬텀이 지금의 류님한테 어울리는 역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 팬텀한테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이 굉장히 많이 부여되어 있고, 오유에서보다 더 입체적이고 감정이 선명한 인물이라 고음역의 노래로 압도하지 않아도 크게 거슬리지 않고. 류님 음역대가 팬텀 음역대보다는 낮은 거 같아서 팬텀 얘기 나올때마다 그 부분이 좀 신경쓰였는데 호주 팬텀인 벤 루이스는 심지어 틸아이도 다 내려부르는데 크게 거슬리지 않더라. 물론 처음 틸아이를 너무 심하게 못 불러서-_- 히껍하고 그 다음에는 오히려 점점 생각보다 낫네, 하고 적응한 건 맞...암튼 류팬텀에 탕-진호 구스타프면 난 전관찍고 싶어질 듯; 특히 구스타프를 통해 팬텀의 오랜 아픔이 치료되는 것 같은 마지막 씬은 요새 두도시 보면 그야말로 류님 맞춤의 장면일 것 같고.

근데 구스타프의 존재는 참 좋은데, 그 구스타프의 탄생 비화는 좀...ㅎㅎ 이게 워낙 오유에서 없던 얘기를 끼워넣은거다 보니, 초반에 팬텀-크리스틴이 재회하자마자 구스타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_- 매우 구구절절히 설명해서 좀 구차하고;; 구구절절히 설명함에도 불구하고 오유 스토리랑 연결시키면 별로 납득이 가지는 않음(글구 원 공연에서 어느 정도 편집한 거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라울 ㄱㅈ얘기는 없....뭐 라울 역 하게 될 배우를 위해서 말하자면 그 설명 굳이 없어도 될 것도 같음;;). 그래서 크리스틴의 어장관리녀도는 오히려 더 심해짐-_-;; 오유보다 이입도가 더 낮은 크리스틴이라, 사실 굳이 크리스틴은 글케 연기 쩔고 노래 쩌는 배우가 안 해도 될 거 같...지만 오유에서의 씽꼬미 이상으로 러브네버다이즈 노래에서 빵 터뜨려줘야 하기 때매 절대 아무나 못한다는게 문제;;; 난 지금 활동중인 배우 중에는 최크리 말고는 저 고음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생각이 안 나더라. 글구 물론 최크리가 하면 영화보다야 훨씬 크리스틴에게 동정적이 되긴 하겠지만. 글구 팬텀 라울 양쪽과 다 매우 진한 키스씬 있;;;;

라울 캐러는 찌질하긴-_- 한데 크리스틴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건 느껴지고, 팬텀-라울의 매우 괜찮은 이중창이 있어서 거기서 팬텀이랑 제대로 붙을 수 있는 노래실력을 가져야 한다는 게 또 함정이고- 전작보다 확 커진 캐릭터는 이미 알려졌듯이 멕 지리인데, 연기 잘 하는 여배우가 소화하면 오히려 이쪽이 훨씬 관객이 이입할만한 캐릭터가 될 지도. 중간의 그 수영복 쇼는 영화로 봐도 되게 재밌었는데 실제 무대에서 구현되면 쩔겠다 싶더라. 노래랑 춤이 다 되어야 해서 오히려 소냐같은 타입이 해도 좋겠다 싶었음.

영국버전이랑 다르게 호주버전은 무대장치가 어어엄청 화려해서 진짜 저거 다 가져오면 저거 하나만으로도 돈내고 보러갈 만 하겠다 싶었고- 물론 그야말로 신의 캐스팅;인 진짜 난장이 배우는 찾기 어렵겠지만. 글구 웨버가 나이들어 한물 갔네 어쩌네 말이 많았던게 럽네다였지만, 보다보니 참 천재는 천재다 싶더라. 오유에서 나온 넘버들 리프라이즈가 너무 적절하게, 전혀 과하지 않게 들어가 있어서 그야말로 무릎을 치게 되더라고. 전체적인 음악적 짜임새가 좋은 건 물론이고.

영화보기 전만 해도 설컴에서 이거 올리겠단 얘기에 차라리 오유를 다시 올리지, 하고 있었는데 영화 보고 나와서 오오오 캐스팅만 제대로 되면 완전 기대작이다!!하는 중. 캐스팅 제대로 하고 홍보 코드만 제대로 잡으면 현지서는 망했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될 수도 있을 듯? 글구 무대는 제발 호주버전으로 가주길.

영화도 카메라워크도 좋고 음향도 좋고 잘 찍긴 했는데, 함정은 가격-_-;; 오유25주년은 세시간이기나 했지 이건 딱 두시간인데 왜 2만원이냐;;; 오유25주년이 너무 잘 되어서 그거 믿고 똑같이 책정한 거 같은데, 그러다 표 너무 안 나가니 5천원 문자쿠폰도 돌리고 난리한 메가박스 바보-_-;; 그래서 그런지 200석 넘는 영화관에 열명도 안되게 앉아서 봤으니, 혹 궁금한 사람들은 막내리기 전에 서둘러 보러 가는게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