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우맨은 사라졌어~ 허공 속으로...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거슨 이미 90% 까먹은 어제 막공 의식의 흐름 후기임. 객관적 판단력을 상실한 앓앓후기이니 패쑤할 사람은 패쑤.

난 어제 종일반이었어. 생각해보니 난 다작을 지향하는 편이라 한 작품으로 종일반은 솜, 넥 이후 처음이더라. 그리고 느꼈지...필로우맨 종일반은 사람이 할짓이 못된다는 거..이런 본격 온도니 학대극 같으니ㅠㅠ 3시간 가까이하면서 인터미션 10분은 너무한거 아니니~ (그리고 실제로는 10분도 안주는거 다들 알아? 노네임아 노네 뻥치지마라..내가 재봤다-_-) 그래도 이제 어지간한 극은 미동도 않고 볼 수 있는 관크프리상태를 시전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었다....2시간? 훗...그건 1막 시간 아님?

어쨌든 난 11일에 자제 레전을 찍었기 때문에 어제는 최대한 괸찰해서 눈으로 기억해두려고 노력했어. 동선이라든가 디테일이라든가 무대라든가 그런 것들. 그리고 소품의 이동도! 극 중에 등장하는 베개가 2개라는 거 다들 알았니? 나만 몰랐어?? 마이클이 등장할 때 들고 나오는 베개랑 카투리안이 작가와 작가의 형제할 때 침대를 꺼내서 무대로 옮기면 그 위에 놓여있는 베개. 난 줄곧 하나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등장인물들 양말색깔은 바지랑 깔맞춤이라는 것도ㅋㅋㅋ 2막 시작하고 카투리안이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등장할 때의 말간 얼굴이라든가, 꼼꼼하게 팔꿈치까지 말아올린 셔츠 소매 같은 것도.

하튼 간략하게 느낌만 얘기하자면 어제 세미막엔 배우들이 뭔가 들떠있었고, 막공은 확실히 기합이 들어있는 느낌적인 느낌이었음. 세미막 때 실수가 엄청 많이 나왔는데 심지어 카투리안이 에리얼 대사치기 전에 먼저 자기 할 말을 해버려서 쓰릴;;
"형이 나이가 몇인데..."
"특수학교요. (살짝 당황) 학습장애가 있어서요." 요러케ㅋㅋㅋ 그치만 막공 때의 카투리안은 좋더라. 좀 더 자신감 넘치고 자기가 잡혀온 것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캐릭이었음. 투폴스키가 "이게 니 최고작품들 중 하나야? 아주 많나보네?" 했을 때 "네"라고 대답하잖아. 평소엔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요런 느낌이었다면 어젠 '당연한거 아냐?' 요런 느낌의 도발적인 카투리안이었어ㅋㅋㅋ 하지만 더더욱 도발적이었을 걸로 예상되는 정열의 언더웨어를 난 보지 못했다ㅋㅋㅋㅋㅋㅋ 앞사람 머리가 나의 멘탈을 케어해준 걸로.

마이클은....그냥 꼭 안아주고 싶었다. 사실 난 마이클만은 첨부터 로딩이랄게 필요없다고 생각할만큼 좋았거든. 근데 언제부턴가 눈물 글썽글썽하면서 말을 띄엄띄엄 이어가는데...아 너 정말 약 빨았니ㅠㅠ 이건 연기가 아니라 빙의라고! 웃을 때는 얼마나 또 사랑스럽다고!! 내가 동생이었어도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거야. 카투리안이 다정다정열매를 먹은 게 이해가 간다구. 난 개인적으로 마이클이 동생을 위해서 끔찍한 인생을 살아내기로 선택했는데도 결국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가 그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전에 쓰여진 '작은 초록 돼지'라는게 너무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어제는 마이클이 마지막 순간에 행복했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고. 어제 카투리안이 베개로 자기를 질식시키기 직전에 등 뒤에서 카투리안을 유독 오래 바라보며 미소짓던 마이클 때문에..! 아마 그 순간이, 마이클에게 필로우맨이 찾아와 '잠깐만~'이라고 외쳤을 바로 그 순간이었을테니까...마이클은 사랑하는 동생이 자기에게 초록 돼지 이야기를 해줬던 그 바로 다음 순간에 과거로 돌아가서 삶을 선택 했을테니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원래대로 그렇게 하는' 선택을 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어. 그리고 생각이 안난다는 카투리안에게 초록돼지 첫부분을 말해줄 때...옛날옛적 아주아주 먼...'옛날'이 생각났다며 기뻐하는 그 표정이ㅠㅠㅠㅠㅠㅠ 어흑...

그리고 에리얼은..내가 갈수록 투폴스키 시점으로 봐서 그런지 좀 모지라 보여ㅋㅋㅋㅋㅋㅋ 투폴스키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모지리 작은 쭝국 귀머거리 아이와 동일시 되면서 흥분하면 모짜렐라를 방출하는 것마저 '그래 애기들은 침을 잘 흘리니까' 하는 맘으로 합리화하는 날 발견ㅋㅋㅋㅋㅋㅋ 특히 "반장니미 채김자에요오~ 반장니미 아라내세요오~" 이 대사할 때 좀 초딩 같다고 생각하는 거 나뿐? 첨엔 빈정되는것 같았는데 요샌 반항하기 위해 반항하는 10대 같아. '악 화나~ 악 이게 말이 돼? 완전 불공평해! 악악!!' 이러케ㅋㅋㅋ
그치만 늘 카투리안 말은 끝까지 듣지 않던 블라인드를 한방에 정리한다거나, 마지막 장면에서 촉촉한 눈으로 불길을 바라볼 때 난 그를 또 훈제하고 싶어지지...그리고 커튼콜 불 꺼지기 직전에 미소 지은 것으로 난 또 심장어택ㅠㅠㅠㅠ

투폴스키는 첨에 가장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였는데 막판에 추가된 디테일로 날 울렸어. "아들을 잃었어..혼자 낚시를 갔었지...(허탈하게 웃으며) 말도 안돼"하고 나서 배터리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잠시 뒤돌아서서 한숨을 쉬는 그 모습! 아 등이.....등이 연기를 해ㅠㅠㅠㅠ 등이 울고 있다고!! 투폴스키 ㅅㄹㅎㄷㅠㅠㅠ 그 장면 바로 앞에서 카투리안에게 "난 멍청한 에리얼과는 달라서..............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 장면도 처음보다 호흡이 너무 좋다. 그 부분이 되면 아무때나 웃던 머글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조용~~해지게 만들지ㅠㅠ

전에 어떤 횽이 필로우맨 네 배우가 이젠 ㅇㅇㄷㄹ로 보인다고 했는데 완전 공감해ㅠㅠ 정말 한달 가까이 너무너무 행복했어. 재관람 가격이 착하게도 2만원 밖에 안했지만 만족도만큼은 디질래를 압도했던 필로우맨. 증말...증말 그리울거야ㅠㅠ

요새 필로우맨 생각과 함께 일어나고 그 생각이 날 일어나게 하는...그런 생활을 하다가 끝나고 보니까 나 앞으로 한달동안 자체 휴공이더라? 티켓팅 해둔게 10월 말이야ㅋㅋㅋ 어지간히 빠져있었구나 싶고...이김에 아워타운이나 함 보고 좀 쉬려고(장담할 순 없지만ㅋㅋㅋ). 하튼 막공 후기 이걸로 끝! 마음이 참 허하다ㅠㅠ


+++ 아 그리고 갤에서 한 얘기는 가지고 나가지 말자....저 두부김치 짤이라든가, 훈제 얘기라든가 배우들 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