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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지터에 대한 담론-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스포작렬>

heeja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09.23 00:25:26
조회 300 추천 4 댓글 2

    요즘 흥미로운 뮤지컬 하나가 소리소문 없이 공연되고 있다.
    대학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성신여대 근처의 아리랑아트홀에서 공연중인 <비지터>가 그것이다.
    대학로란 공연의 중심에서 벗어난 것 자체가 블랙코미디를 앞세운 작품의 색깔과 잘 어울린다.
    <비지터>는 도심에서 밀려나 외곽, 그것도 어찌보면 벼랑끝과 같은 느낌의 산골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연을 만든 극단의 이름이 '주변인들'이라고 하니, 뭔가 공연장과 작품의 연결이 처음부터 연출되어진 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아리랑아트홀 역시 사람을 불러모으기엔 너무나 을씨년스런 극장이니 말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탁월한 연출적 선택과 집중이라 할 수 있겠다. 

    <비지터>는 원작 <리투아니아>를 해체하여 재구성했다. 그렇다고 심하게 훼손시킨 건 아니다. 
    작품의 처음과 끝을 해설자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액자구조를 만들었고, 그 안의 내용물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딸, 어머니, 아버지 손님의 분량을 좀더 늘여놓으므로서 원작에선 보이지 않던 전사가 드러난다는 것과 원작에 비해 캐릭터의 성격이 확실해졌다는 게 재구성의 득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어머니(추정화, 고정희/ 더블 캐스팅)가 부르는 '플레이랜드' 와 술집주인이 손님(최재림)으로 분하여 부르는 '보고싶었죠...?(제목을 몰라서)'는 재구성을 하면서 획득한 백미라 할 수 있겠다. 
    플롯은 단순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먹을 게 없어서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가난한 집에 돈많은 신사(손님)가 찾아오면서 벌어진다. 
    손님은 가지고 온 가방을 펼쳐보이며 돈자랑을 하고 그것에 눈이 뒤집힌 가족이 손님을 죽이고 돈을 빼앗지만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다. 
    새로울 것도 없고 새롭게 발견할 것도 없는 뻔한 이야기다. 어찌보면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시인 루퍼트부르크가 <리투아니아>를 쓴지 100년이 흘렀건만 이 작품이 여전히 전세계에서 공연되어지고 있다는 건, 작품 자체가 갖는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성진 연출은 그 점을 주의깊게 보고 각색의 칼을 빼들어 뮤지컬로 만든 다소 도발적이며 무모한 시도를 벌였다. 그건 김아람 작곡 역시 마찬가지다. 그게 누구의 생각에서 나왔든 <리투아니아>를 뮤지컬로 만든 것엔 지지의 한표를 보낸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금의 시대에 <비지터>는 불편한 작품이다. 특히 프롤로그에서 해설자로 분한 배우들이 마치 아무렇지도 않게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것을 노래하는 장면과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지금 봤던 이야기가 바로 우리들, 아니 당신 이야기라며 직격탄을 날릴 땐 가슴 한편이 뜨금하면서도 매우 불쾌한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사실인걸. 하루가 멀다하고 욕심 때문에 살인이 벌어지는 오늘날, 어쩌면 <비지터>는 당연한 이야기며 숨기지 말고 까발겨야 하는 이야기다. 함께 관람했던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비지터에 나오는 인물들은 순진하네. 그들은 최소한 모르고 죽였잖아. 요즘은 알고도 죽이는데..." 그의 말을 들으며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맞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뮤지컬의 액자구조는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손드하임의 <스위니토드>다. 액자 구조를 택하는 이유는 관객들에게 거리두기를 하기 위해서 하는 이유가 크다. 특히 <스위니>, <비지터> 등과 같이 불편하면서도 불쾌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직접 들이밀 땐, 어느 정도의 여과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앞과 뒤를 갖게 하는 수미쌍관은 주로 부조리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비지터>에서 발견한 건 좀 의외였다. 
    부조리는 세상을 직선이 아닌 원형구조로 본다. 즉, 인간은 신의 뜻이 아니라 우연히 이 땅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되고 힘들게 살아가지만 신의 개입으로 인한 개선의 여지는 없다. 즉 인간의 역사 속에서 처참한 비극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조리 사상은 기독교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부조리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까뮈 등은 모두 무신론자였으며 신이 아닌 인간 스스로에게서 구원을 찾았다. 여기까지 볼때 <비지터>는 신을 거부한 부조리 철학을 따르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묘한 장면 하나가 구성의 반전을 꾀한다. 
    술집주인의 등장으로 이 집안에 파멸이 찾아들고 극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그들이 죽였던 손님이 막 잠에서 깬듯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는 어렸을 때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의 표정은 행복하고 평안하다. 더구나 하늘로부터 그에게 햇빛이 쏟아진다. 늘 어둠이 지배하던 이 집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드는 빛이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극이 사실이라고 치면 이후의 이 집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과연 스스로 자위하며 구원을 꾀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멸의 구덩이 속으로 처박힌 가족을 그대로 방치했을 땐,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마음을 갖고 퇴장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건 꿈이야' 하는 듯, 기지개를 펴며 나오는 손님으로 인해 우린 잠시 숨을 돌릴 여유를 찾게 된다. 더이상 이 땅의 인간일 수 없는 손님을 다시 등장시킴으로서 연출자는 부조리를 깨버리고 신의 영역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니, 구원의 문제가 인간에게 있지 않고 신에게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피아노, 첼로, 아코디언으로 구성된 클래시컬한 음악(마치 고전음악과 같은 느낌)을 들으며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비지터>는 인간을 바라보고 있는 신, 그와 인간에 대한 문제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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