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으니까 오히려 지금 잡아둔 표 놓을까 말까 고민되네ㅜㅜㅜ

프랑스 혁명 이후 대공포 시기를 배경으로 사회 계급 간의 갈등이 낳은 비극의 연쇄를 런던과 파리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분위기의 두 대도시를 오가며 조명하는 게 소설의 핵심이었던 것 같거든. 시드니-찰스-루시 간의 사랑 이야기는 사실상 마네트 박사와 에브레몽드 형제, 드파르주 부인에게서 시작된 뿌리깊은 계급 간 갈등의 대물림 양상이 프랑스 혁명이란 대사건으로 촉발된 걸, 영국에서 폐인처럼 살던 시드니가 프랑스에서 자신 스스로의 가치를, 자신의 사랑을 증명키 위해 죽음을 택하고, 프랑스에서 자기 나름의 계급 간 갈등 해소 시도에 실패한 뒤 그에 대해 단죄를 받을 뻔 했던 프랑스인 찰스 다네이(샤를)는 시드니 대신 영국으로 향하는 이 자리바꿈을 통한 상징적 봉합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라고 봤어.

루시 마네트에 대한 사랑,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며 순수한 욕구이자 가치인 이 사랑을 위해 부르주아랄 수 있는 영국인은 프랑스에서 죽고, 귀족 출신 프랑스인은 영국으로 가서 살아남는 이 결말은, 귀족 계급이 아래 계급을 짓밟고 혁명 후 그 구도가 역전(자리바꿈)되어서 또다시 짓밟는 상황이 이어지는 무한한 복수의 연쇄를 끊어내는, 전혀 다른 양상의 역전(자리바꿈)이야. 시드니와 샤를의 자리바꿈 그 자체가 프랑스 혁명의 축소판이며, 이를 봉합하기 위한 장치라는 거지.

따라서 디킨스가 묘사한 그 혁명 전야의 분위기와 혁명과 그 이후 대공포 시기의 묘사를 밑에 제대로 깔아두지 않고서는 그 자리바꿈의 의미도 살지 않을 거고, 결국 그냥 사랑 이야기에 불과해지지 않을까 싶은 거지. 근데 과연 뮤지컬이 그걸 다 담아낼 수 있을까...  후기들 봐도 사랑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게 불안해.

사실 이렇게 불안함이 큰 건 지바고 탓이기도 해. 지바고도 원작을 읽고 봤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각색 정말 참담했어.

그 혼란스런 시대상에서 서로 공통되는 부분을 찾았기에 더욱 애절했던 그들의 사랑, 그런데 뮤지컬엔 그 베이스가 될 시대의 묘사가 터무니없이 극단적인 잣대로 대충 그려져 있더라고. 설상가상으로 유리와 라라의 사랑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다보니 꼬마로프스끼나 빠샤 같은 캐릭터들의 성격을 극단으로 밀어넣어서 오히려 캐릭터들이 전체적으로 평면적으로 변해버렸어. 그렇다보니 유리나 라라 자체도 원작에 비해 매력없는 인물들이 되어버렸고.

두도시도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순진해 빠져서 사랑에 목까지 거는 순정남과 반듯하고 착한 귀족 출신 훈훈남,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어장관리녀의 러브 스토리... 이런 걸 보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