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팡틴은 트레일러 떴을 때부터 대체적으로 평이 좋았던 거로 기억함.
그런데 휴발장은 키 큰 미남인데다 노래할 때 목소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는 이유로 별로일 거 같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도 그 중 하나였음.

그런데 막상 보니깐 노래를 잘할 뿐더러 힘센 수배자, 자상한 아버지, 쓸쓸히 죽어가는 노인 이미지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거 같다.
물론 잘생긴 키다리 아저씨다 보니깐 In My Life 때 1초동안 장발장이 남자로 느껴졌지만ㅋㅋㅋ
그 외로는 내가 생각하는 장발장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Confrontation도 좋았고 자베르한테 추격당하는 씬도 좋았고
코젯트를 돌보려고 결심한 장발장의 책임감, 걱정, 기쁨이 드러나는 Suddenly는 뮤지컬에도 들어가면 좋겠다고 느꼈음.
장발장이 코젯트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장면들도 영화에 추가됐고. 다정한 아버지가 되어주려고 성심껏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Valjean's Confess 때는 저게 휴 잭맨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초라한 노인네가 되어서 마음이 찡했다.


앤 팡틴은 뭐ㅠㅠ 말할 것도 없다.
난 I Dreamed A Dream이 좋은 곡인 줄은 알아도 그렇게 눈물겨운 곡인 줄은 몰랐다.
뮤배들이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은 좋은 성량으로 길게 길게 한소절씩 멋지게 뽑아내는 노래로 느껴졌는데
앤 팡틴의 노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극에 달한 나머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여성의 노래였다.
가쁜 숨을 몰아쉰 다음 I had a dream my life would be so different from this hell I'm living... 을 북받히는 감정으로 뱉어내고
Oh, life has killed a dream I dreamed할 때 Oh 부분에서 목소리가 팍 꺾이면서 힘없어지는 게 너무나도 좋으뮤ㅠㅠㅠㅠ

At The End Of The Day 때 애써 눈물 감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부분도 좋았고
장발장한테 날 동정하지 말라며 울부짖으며 원망하는 부분도 소름돋았고
병실에서 코젯트의 환영을 보며 노래할 때, 기력이 쇠한 장발장을 데리고 세상을 떠날 때.
앤 팡틴의 스크린 타임은 매 1초가 소중했음ㅠㅠ


난 박자를 깡그리 무시하고 답답한 노래를 하는 자베르랑 카리스마가 부족한 앙졸라, 유머스러움이 덜한 테르나디에 부부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캐릭터들 다 맘에 들었는데 휴발장이랑 앤팡틴만큼은 확실히 그 누구보다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