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0 일요일

N열 중앙에서 1층과 무대를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어 좋았음.
조승우의 동선에서 가장 소외되지 않는 곳은 N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

가장 좋았던 것은 관객과의 호흡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우가 관객에게 몰입하고 관객이 배우에게 몰입하는 것이 닭과 달걀처럼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제는 양자의 감정몰입도가 둘 다 높아서 잊지 못할 공연이었다고 생각.
조승우가 오리진부터 울컥했던 것도 왠지 이런 것 때문은 아니었을지..

문득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작가인 '나'의  강연을 들으러 모인 시각장애인들이
오직 작품을 매개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장면 

너는 놀랐다.
그들은 그동안 네가 만난 어떤 사람들보다 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이 너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몸짓에서 느껴졌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한 발을 앞으로 내밀고
누군가는 상체를 앞사람 쪽으로 바싹 당겨놓고 듣고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조승우에 대한 기대나 헤드윅에 대한 기대로 스스로 표를 끊은 사람들이겠으니
대체로 호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겠지만
자기 스스로 표를 끊어도 공연장에서 산만해지거나 시니컬해질 수 있는 환경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에 비하면 어제는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 몰입이 잘 되었고
문득 무대가 중앙에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헤드윅의 경우는 ..

개그코드가 많다는 후기를 꽤 본 거 같은데
이전에 봤던 헤드윅에 비해 더 많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우리 밴드는 장애가 있어요.. 이 말에 빵 터졌고 김연아 흉내도  (ㅋㅋ)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감정선에 주력한 공연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뒤로 갈수록 클라이막스를 향하며 폭발하는 느낌이어서 전체 구성이 맘에 든다.
그래프를 그리면 좋을텐데

밴드와 팀웍이 좋아보였고 조승우만이 아니라 무대에 선 모든 사람들이
관객 앞에서 자신있게 즐기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뮤지션들의 포스도 대단하고, 집에 와서 책자를 보니 더 멋있다는 느낌이다.

이츠학을 맡은 배우가 노래를 매우 잘해 놀람.
일반적인 뮤지컬 배우라도 이츠학의 백보컬을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기 힘든 현장의 느낌 때문에
이런 걸 경험한 사람들은 같은 공연을 찾기도 하고 그 배우를 꼭 찾기도 하고
또다른 좋은 공연을 찾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