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730

전동석/안시하/조강현/정용현

해를 품은 달 동훤 막공 보고 왔음. 회전문...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몇 번 찍었는데, 갈까말까 하다 막판에 표 잡은 오늘이 자체첫공 만큼 재밌었던 자체막공이어서 다행. 그러나 막공마저 기대안한 앞자리가 잡혀서, 해품달을 나름 N번 보고도 해품달 바닥조명이 글케 이쁘다면서요?;;가 되는 앞열덕후의 말로-_-;; 바닥조명은 영상보고서야 확인했다능;; 

그저께 동토드로 봤던 동훤은, 오늘 보면 토드랑 훤이 막 섞여 있지 않을까 하고 걱정 반 기대(윙?) 반이었는데, 딱히 그렇진 않더라. 다른 날이랑 비슷했는데 단지 애가...1막은 확실히 막공조증-_-;;(혹은 객석 찬 조증?;; 몇 번 갔지만 초대권이건 뭐건 오늘처럼 1층 다 찬 객석은 또 첨이었네) 다행히 열다섯 설정이라 씬나씬나도 무리없이 넘어가는 극이고 뭔가 항상 힘이 넘치긴 했지만 오늘은 확실히 그 정도가 세더라. 연우 방에서  신발 신을 때부터 차내관한테 제대로 신기라는 둥 너때매 창피하다는 둥 애드립 작렬이더니 막공애드립 절정은 그 민화공주한테 얻어맞을 때 "나 마지막이야!!!"하고 절규해서(한솔민화가 항상 전심전력으로 때려서 좀 아플 것 같긴 했;;) 앞열은 다들 제대로 터졌네. 1막 지자랑 씬에서도 차내관을 붙들고 자기 칭찬 더 해보라고 중얼중얼. 토월 오고부터 갈 때마다 뭔가 소소한 애드립이 달라지긴 했었는데 오늘은 1막은 막공티를 확실히 내 주더라. 너무 조증이라-_- 1막 마지막에 과연 잘 울려나 싶었는데 울긴 또 눈물 뚝뚝 흘리면서 잘 울고 2막은 웃겨야 할 땐 웃기고 진지해야 할 땐 진지모드로 돌아가서 나름 하던 만큼은 해 준 듯. 물론 전동석 사극 연기가 자연스럽다던가 하는 쉴드를 칠 생각은 없으나-_-;;; 아무튼 현재 뮤배 중에서 2막에서 내가 왕인데 일케 잘생기고 키도 크고 어리기까지 하다!!!고 자랑질할때 재수없지만 반박이 안 되네...싶은 존재긴 함. 목 상태는 포은에서가 젤 좋았던 것 같긴 하지만 암튼 쓸데없이 어려운 해품달 넘버도 잘 소화했고. 라이센스 큰 작품을 많이 한다고 해도 창작초연은 배우에게 또 다른 경험이 되고 공부가 되는 법인데 적절한 시기에 잘 선택했다 싶더라. 커튼콜에서는 본인도 눈이 빨개져서 눈물이 그렁거리더라는..

강현양명은 포은에서 보고 오랫만에 봤는데, 노래야 원래 잘 하는 배우지만 연기가 확 좋아졌더라. 노래에 감정도 많이 담기고. 나눈 정이 만리, 에서 눈물 뚝 떨어뜨리면서 목멘 소리로 부르다가 확 감정 터뜨리면서 부르는 부분이 참 좋았고. 나같은 경우엔 동석-시하는 고정이고 양명은 둘 다 봤는데 확실히 섭양명 강현양명이 서로 장점이 뚜렷한 편. 처음 강현으로 보고 어 두섭이가 저 노래가 되려나? 싶었던 거에 비해서는 섭양명이 노래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해서 놀랐고, 확실히 내 머릿속 양명의 이미지, 어딘가 우수어리고 쓸쓸한 그 이미지에는 섭양명이 잘 맞음. 동섭시하는 아무래도 동훤이 좀 느끼한 부분이 있는데 비해서 섭이 담백한 편이라 밸런스가 맞는 부분도 있고 섭 쪽이 연기가 섬세하니 드라마틱한 디테일도 사는 편. 움직임이 좋은 배우라 무술씬도 좀 더 그림이 예쁘고.

반면 동-엉이 되면 둘 다 뭔가 음하하하하핫-하는게 형제는 형제구나;(그리고 둘 다 참 같이 느끼하긴 하..) 싶고 게다가 민화한솔이랑도 셋이 어딘가 비스무레하게 동글동글해서 다 남매 돋기는 돋;;;(글구보니 허씨남매 둘이 왕실 삼남매를 다 홀렸어;; 이 뭔 마성의 남매-_-) 글구 역시나 노래가 참 좋아서, 귀가 호사하는구나 싶더라. 양명은 둘 다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고.   

이번 해품달에서 참 좋았던 건 시하연우. 아이다에서도 좋은 배우다 싶었지만, 사극에 가져다 놓으니 대사톤이나 연기가 제일 무리없이 어울린다는 느낌이었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연우는 예뻐야 객석이 납득이 가는데 충분히 화사하게 예쁘고, 오늘은 특히 더 노래가 좋다 싶었지만 전동석이랑 같이 불러도 하나도 안 밀리는 짱짱한 노래도 좋지만 난 그 차분차분한 대사톤도 참 좋더라. 글구 무대에서 정말 훤을 너무 좋아해줘서 양명들이 불쌍해질만큼 단호한지라 극 자체의 설득력을 더해줘서 고맙고. 올해가 애정여배우 이탈의 해인지-_- 이래저래 내 애정여배우들이 여러 사유로 애정라인에서 내려간 지금 차기작이 제일 기대되는 여배우. 부디 내가 볼 수 있는 극에 좀 나와주길 바랄 뿐. 오랫만에 대극장 여주로 어울린다 싶은 배우가 나왔고 이래저래 무명시절도 오래 겪고 덕분에 내공도 다져진 배우인 것 같으니 잘 풀렸으면 좋겠네.  

한솔민화는...첨 봤을 땐 아 딱 민화; 싶었는데 그게 시간이 가도 별로 늘지가 않아서 아쉽긴 했는데 나머지 배역은 조연까지 다 만족스러웠고, 특히 염 역의 염성연 배우는(성까지 염씨야;;) 참 염 같아서 좋았고(궁녀들이 다들 그 미모에 쓰러지는 노래 부르는데 객석서 보기에 미남 아니면 얼마나 민망할텐데 다행히 여기도 키까지 큰 미남-).보경 역할 고은영 배우는 앙상블로도 참 열심히 뛰어주고 있고 역시나 참 보경 같음. 설 역의 최보영 배우도 노래고 연기고 처음부터 좋았고 점점 더 절절해져서, 메인커플 이상으로 마음을 아리게 하더라. 그리고 존재감이랑 넘버 소화까지 최고였던 현선도무녀한테는 엄지 척 열 개 해주고 싶음. 재연이 올라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장 대체불가능의 배역이었던 듯.  

그리고 정말 훌륭했던 앙상블들- 오늘은 특히 객석이 차서 그런지 막공이 가까워서 그런지 다들 기합 만땅. 꼭두 역할 배우들이나 남자 앙상블 중에 시장씬 군무에서 제일 앞에 서는 김태형 배우, 여자 앙상블 중에 나비 독무하는 김지희 배우같은 경우엔 따로 한국무용 전공이 아닌가 싶은 만큼 춤사위가 좋았고, 전반적으로 앙상블 군무 퀄이 아주 높았고 노래도 수준급이라 이 앙상블 기근에 저런 앙상블들 어디서 모아왔나 싶었네. 보는 내내 참 만족스러웠던 앙상블들에게도 모두 다 박수를.

20부작 드라마화 하면서도 원작 이야기 다 제대로 못 담았다고 욕 마이 먹었던 컨텐츠라 150분도 안 되는 뮤지컬로 가면서 스토리상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각색이나 연출도 거칠다 싶은 부분도 있었고 그런가하면 연우의 기억을 설한테 봉인한다던가 하는 설정은 꽤 신선했고. 묏버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대, 같은 우리한테 잘 알려진 한시를 가사로 넣은 것도 좋았고 원작 중에 좋은 대사도 참 많이 살렸더라. 원작에서는 그렇게 강조되지는 않았는데 설이 죽으며 부르는 눈이 불꽃에 닿아 녹아야 보슬비가 된다는 이름 뜻을 가지고 푼 가사도 참 좋았고. 각색이랑 대사를 맡은 박인선씨가 나랑 이번 몬테 연출로 싸우긴 했어도 참 재주가 있긴 함.

제일 좋았던 건 정말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 무대랑 군무. 그 조각보를 원용한 무대랑 정말 예뻤던 부채춤 군무를 비롯해서 1막 2막 첫 부분의 시장씬 군무도 참 좋았고 그 장면에서 무대도 어찌나 잘 맞던지.우리 것을 강조하면서 그만큼 퀄리티가 안 따라주면 보는 쪽이 참 민망한데 뮤지컬 보면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소리가 저절로 나왔던 건 피맛골 연가랑 이번 해품달, 이 유일했던 것 같네. 물론 고퀄에는 투자가 필수라 피맛골은 서울시 덕을 많이 봤고, 해품달은 워낙 알려진 한류컨텐츠라 돈을 끌어올 수 있었던가 싶은데...넘버나 연출 등등은 만질 부분이 있다고 해도 무대랑 군무는 앞으로 재연이 올라와도 살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네. 표가 썩 잘 나간게 아니니 일단 재연이 올라올 수 있어야 겠지만, 피맛골이나 해품달 같은 건 정말 한국적 뮤지컬이라는 면에서 이대로 묻히긴 아깝다고 생각되어서, 부디 두 작품 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