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양도해 준 횽한테 무지 고마워

자체 첫공이었는데 그렇게 좋은 자리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ㅠㅠ

토마토도 맞고 물도 맞고 했는데 그게 내가 정말로 헤드윅을 보았다는 증거같아서 마냥 좋았음.

그리고 이틀이나 지났는데 후기...라기보단 걍 감상을 안 쓸 수가 없더라

왜냐하면 난 짱드윅을 만난 직후부터 여태까지 헤드윅에 사로잡혀 있었거든

그러면서 이것저것 확확 지나가던 느낌을 붙잡아서 나름대로 정리도 해보고...

짱드윅의 무대나 노래 같은 것에 대해선 내가 차마 쓸 수가 없네

다른 횽들이 많이 써주기도 했고 고작 한 번 본 주제에 감히 어떻게 그런 것들에 대해 논하겠어ㅠㅠ

그래도 내가 영화로 처음 본 이후 근 5년간 헤드윅에 대해 생각하고 느꼈던 점들을

짱언니 만나면서 고치고 확신했던 것만 짧게 얘기 해보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짱언니의 헤드윅은 '강박, 속박, 구속'같은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해

엄마한테서 '반쪽'에 대한 강박을, 루터에게서 '등가교환'에 대한 강박을 배운 헤드윅은

토미에게 반쪽에 대한, 이츠학에게 등가교환에 대한 강박을 쏟아내는 것 같았거든

넌 나의 영원한 사랑, 운명의 반 쪽이야. 그러니 내 일인치도 마저 사랑해줘- 라던지

이츠학의 가발을 벗기고 그의 '여자노릇'을 비난하는 모습에서 그런 점들이 느껴졌지

헤드윅의 그런 강박들이 '토마토'에 응집되어서 결국엔 그걸 터뜨리고, 짓이기고

그 모든 강박과 구속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진 헤드윅이 미드나잇 라디오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해

물론 자신의 세계를 이루고 있던 가치관들을 깨부수고 나오는게 무진장 힘들었을거야

그렇기 때문에 헤드윅은 그렇게 가여웠고 괴로웠겠지

그렇지만 마지막에 스스로 자유로워진 다음에야 토미를 '지나간 사랑'으로 인정하고

이츠학이 원하는 드랙퀸으로서의 모습을 찾아줄 수 있었던게 아닐까?

특히 '반쪽'에 대한 강박을 부정하면서 헤드윅은 자신이 '다른 반쪽이 필요한 남겨진 반쪽'이 아닌

스스로 온전한 '하나'임을 깨달은 것 같아. 그러면서 헤드윅의 '반쪽'이었던 토미도 토미 그 자체로 보낼 수 있었고

그래서 난 토미를, 이츠학을, 헤드윅을 자유롭게 만든 헤드윅의 미드나잇을 들으면서 혼자 끅끅대고 울었어

우린 모두가 머리 위에 강박관념 하나씩을 지고 살잖아

남자로서, 여자로서, 자녀로서, 부모로서 등등 우리 머리 위에 버겁게 올려진 강박들을 깨 부쉈을 때

거기에 갇힌 내가 아니라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

그리고 설령 그 모든 것들을 다 깨부술 수 없어도 그걸 헤드윅의 '일인치'처럼 내 일부로 품고 인정할 수도 있다고

그렇게 살면 좀 거추장스럽긴 해도 그런대로 잘 살아갈 수 있다고도 알려주는 것 같았어.

어쩌면 내 인생을 걸고 뭔가를 하고 있고, 그걸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감을 느끼고 있던 터라

헤드윅의 그런 목소리는 나한테도 힘을 주고 격려해 주는 그런 목소리였다고 생각해. 그야말로 나한테는 치유였던거지

그래서 이번 짱드윅은 자체첫공일 뿐 만 아니라 나한테 어마어마한 의미를 주는 공연이었던 것이었다.....ㅠㅠㅠㅠ

그러면서 다른 날의 짱드윅도, 또 조드윅도 손드윅도, 대한민국의 열 여덟명 헤드윅의 목소리도 궁금해졌고

이츠학과의 관계랑 그 때 그 때 헤드윅의 감정도 캐치할 수 있을 만큼 헤드윅을 '잘' 볼 수 있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짱드윅은

겁나게 이뻤다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