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자려다가 이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서 끄적여봄.. 

추도식에서 토드가 엘리에게 필요없다고 가라고 할때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는 형들 가끔 있었잖아.. 

엘리가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닌, 

극한에 몰려 자포자기 상태로 죽기를 바라는 건 토드가 원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았었던 거 같은데.. 

그것도 맞긴 맞는데 어제 밤공에서 보니까 샤톧은 화를 내는 거 같더라.. 단순히 열받음 빡침 이런 게 아니라... 뭔가 복잡한??

추도식 시작되고 쏘엘이 노래를 처음엔 담담하게(슬프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뒷부분보다 상대적으로 담담하다는 의미임)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슬픔이 고조되면서 절규로 치달았거든.. 

근데 샤톧도 처음에는 냉정하게 엘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가 엘리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미세하게 

슬프고 상처받은 + 화난 표정으로 변하는 거야.. 

엘리가 그렇게 슬퍼하는 게 싫은? 그런데 자기가 '엘리가 슬픈 것이 싫다고 느끼는 것'도 싫은? 

그래서 기분이 더럽고, 그런 더러운 기분을 느끼는 자신에게 매우 화가 나는? 그런 복잡한 표정으로 변해가더라고.. 

고작 인간 하나 죽은 거에 왜 그렇게 슬퍼하는데! 왜 그렇게 고집을 피워서 내가 이런 짓까지 하게 하는데!

내가 왜 이런 더러운 기분을 느껴야 하는데! 너 따위가! 감히 인간 따위가....!! 

이런 복합적인 슬픔과 분노?? 

그때 느껴지더라고.. 아.. 엘리를 사랑했구나.. 그 사랑으로 인해 토드도 슬픔을 배웠구나.. 

근데 이 죽음은 그런 자신을 용서?허용?할 수가 없구나.. 

그래서 엘리가 절망하는 것도 속상하고, 자기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엘리에게도 화가 나고, 

또한 엘리를 좌절하게 만든 + 낯선 감정을 느끼는 자기 자신에게도 화를 내고 있구나..

이 연기가 론도에서 츤데레처럼 굴었던 샤톧이랑 연결되더라고.. 

론도에서는 하, 내가 인간 따위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어이없음, 자조) + 좋아, 엘리자벳, 그럼 우리 내기할까? 니가 이길까, 아님 내가 이길까? 정답은 너도 알지? 그럼 시작하자구. (자신만만한 비웃음과 경고) 

이렇게 시작을 해놨는데 결국 엘리의 슬픔에 공명함으로써 샤톧은 내기에서 진거야ㅠㅠ 

그래서 침몰씬에서 루케니에게 엘리를 죽이라고 명령하지.. 

즉, 엘리가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 게 아니라 내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죽음이 루케니를 통해 엘리에게 안식과 자유를 준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흰 예복을 입은 샤톧의 표정이 그렇게 슬펐던 걸까.. 엄청 슬퍼보이던데..ㅠㅠ

암튼 추도식에서 샤톧의 담담하고 차가웠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면서 조금씩조금씩 그 복잡한 감정을 담아내는 게 무지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 계속 생각난다... 

음... 

그랬다구... 

어떻게 끝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