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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기]6. 히로시마의 두번 째 이야기-원자폭탄의 도시라는 꼬리표

히로시마카프(122.34) 2010.11.03 01:34:43
조회 1176 추천 1 댓글 11

지도를 보니 히로시마 성에서 다음 목적지인 원폼돔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을 듯 했다.
히로시마 시내는 버스는 물론 전차가 다니기 때문에 어디든 편하게 갈 수가 있다.
날은 어두컴컴해졌지만 아직 시간은 이른 저녁이고 교통비도 아낄겸 다리가 아팠지만 도 마냥 걸었다.

 

 


<히로시마의 밤거리>

사진을 찍고나니 재미있는 사진이 되었다.
똑같은 풍경인데 하나는 전부 빨간불 하나는 전부 파란불.
혼자 여행오니 참 별개 다 재미있다 ㅎㅎ

 



<노면전차>


히로시마에서는 자동차, 버스 그리고 노면전차 여러대가 한꺼번에 길거리를 달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전차 노선도 무려 9개나 있어서 관광객 입장에서도 원하는 곳은 어디든 웬만하면 전차를 이용하여 갈 수 있다.
요금은 히로덴 미야지마선만 제외하고 8개 노선은 모두 어디를 가든 150엔으로 동일하다.

150엔이면 지금 환율로는 거의 2,000원인데 일본은 확실히 교통비가 굉장히 비싸다.
그래서 일본 여행시에는 필히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일일패스 등을 잘 이용하는게 좋다.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싼만큼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 대중교통 수단의 역할은 승객들이 얼마나 안심하고 타고 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솔직히 우리 동네만 해도 그리 복잡한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버스가 3대 정도 도착하면
사람들이 자기가 탈 버스로 각자 뛰어가기에 분주한데,
내가 경험한 일본의 버스는 굳이 승객들이 버스를 찾아가지 않아도 일단은 정거장에 서서 승객을 기다리고 보는 시스템이었다.

버스에 탑승한 후에도 승객들이 다 앉기 전에는 절대 출발하지 않고
(가끔 동네에서 버스탈 때 어르신들이 요금내고 서계신데 출발하는 기사들 보면 한대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자기가 내릴 정거장에 버스가 완전히 정지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도 늦지 않고,
사람이 많다고 해서 뒤에 앉아있다가 미리 앞에 나가있을 필요도 없다.
방송으로도 버스가 정차할 때까지 일어서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내준다.
이런 시스템과 버스기사와 승객들의 약속과 신뢰로 인해 일본 대중교통은 꽤나 쾌적하게 만들어져있는 것 같다.



뭐 내가 워낙에 국내 대중교통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국내에도 정말 양심적이고 승객들을 위하시는 좋은 기사님들이 계시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망을 가진 시스템적인 부분에 비해,
(전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봐도 서울만큼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도 없다.)
사람들의 인식과 여유는 아직까지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다.



 


<3호선 히로덴 니시 히로시마>


히로시마는 잘 알려진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처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여행지는 아닌데
전차역마다 저렇게 한국어 표지판이 있다는 것도 새삼 반가웠다.

위 정거장은 원폭돔 바로 앞에 있는 \'겐바쿠도므마에(원폭돔앞)\'이라는 정거장인데
한국어로 겐바쿠돔마에 라고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폭 돔>


폭탄이 투하되기 전에는 산업 진흥관이었으나 현재는 모두 파괴되고 안에있는 지지대가 외벽을 지탱하고 있다.


히로시마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많이 연상되는 것은 아마도 \'원자폭탄\'이 아닐까 싶다.
원자니 핵이니 하는 과학 용어들을 알리가 없던 어린 시절,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들끼리 원자폭탄은 도시를 날릴 수 있고 핵폭탄은 나라를 날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은 기억이
아직도 내 머리속에는 생생하게 남아있다.


 

도시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파괴력일까.
훈련소 시절 실내 교육 시간에 소대장님께서 핵폭탄에 대한 교육을 하시다 끝에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다.


"핵폭탄이 터졌을 때 너희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 딱 한가지 있다."


설마 그런게 있겠어? 생각하면서도 행여나 기발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모두가 귀를 쫑긋 하고 있을 때쯤 소대장님께서 말씀을 이으셨다.


"일단 핵폭탄이 터지면 초속 50km 로 도망쳐야 한다. 그러면 너희들을 살 수 있다."


큰 기대는 안했지만 소대장님의 어이없는 이야기에 부대 내 강당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작년 처음 히로시마에 왔을 때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모두가 웃고 있지만, 전혀 웃기지 않은 이야기.\'

라는 것을.

 

 

<원폭돔 - 2009년 9월 촬영>

 

 

 

 


<해질녘 원폭돔 주변과 모토야스강 - 2009년 9월 촬영>

 

원폭돔 주변은 원폭자료관과 함께 평화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매일 매일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다음 다음 여행기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할 생각이지만 역사의 상대성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참 무섭다.
누군가의 평화가 누구에게는 족쇄가 될 수 도 있고,
나의 장점은 동시에 취약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게 바로 역사와 정치의 닮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걸 \'묘미\'라고 이야기하겠지...

 

 

원폼돔 앞에는 벤치가 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기가 싫었다.
그래서 난 벤치에 가방을 풀고 앉아 신발까지 다 벋고 맨양말 채로 누워버렸다.
나도 많이 대담해졌다.
이런 공공장소에서 벤치에 눕는다는가 하는건 예전같았으면 사람들 눈 때문에 불가능했을텐데.

이건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누워있으니 바람이 불어 좀 춥긴했어도 참 좋았다.
하늘에 별도 보였고 이런저런 생각들로 과부하된 머리를 좀 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도 걸어다녔더니 늦은 점심으로 먹은 우동도 전부 소화가 되었는지 슬슬 또 배가 고프기도했고
히로시마에 오면 놓칠 수 없는 오코노미야키를 먹기 위해 나는 다시 히로시마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는 힘이 다 빠져서 더이상 걷는 것은 무리였다.
히로시마에 왔으면 전차를 타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히로시마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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