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례적 필연성
칸트 『판단력 비판』(해제)
어떠한 표상이든 그 표상(인식으로서의)이 쾌감과 결합되어 있다는 것은 적어도 가능한 일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다. 내가 쾌적하다고 부르는 것에 관해 나는 그것이 나의 내부에서 현실적으로 쾌감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에 관해서라면 우리는 그것이 만족과 필연적으로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필연성은 특수한 종류의 것이다. 즉 그것은 논리적·객관적 필연성이 아니다. 다시 말해 내가 아름답다고 부르는 대상에서 느끼는 이러한 만족을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라고 하는 것을 선험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필연성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실천적 필연성도 아니다.
이 만족이 실천적 필연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자유롭게 행위하는 존재자에게 규칙이 되는 순수한 이성의지의 개념에 의해 이 만족은 객관적 법칙에서 도출된 필연적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며, 또 이 만족은 우리는 절대적으로 (더 이상의 아무런 의도 없이) 일정한 방식으로 행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오히려 이 필연성은, 감성적 판단에 있어서 문제되고 있는 필연성이므로, 단지 범례적 필연성이라고 불리어 질 수 있을 따름이다. 다시 말해 이 필연성은 우리가 명시할 수 없는 어떤 보편적 규칙의 실례로 간주되는 판단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동의해야만 한다고 하는 필연성이다. (KU. 62-3)
감성적(미감적) 판정과 감정이 관계맺는 양태는 감정의 필연성이며, 이는 논리적·객관적 필연성이나 실천적 필연성과는 다르다. 논리적·객관적 필연성이란 "경험의 일반적 조건에 의해서 현실적인 것과의 관련이 규정되어 있는 것"(KrV. B266)을 말하며, '경험의 일반적 조건'이란 다름 아니라 감성의 형식과 지성의 개념을 지칭한다. 따라서 칸트가 감성적(미감적) 판단의 필연성과 대비시키면서 논하고 있는 논리적·객관적 필연성이란 초월적 논리학의 관점에서 설명된 필연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감성적(미감적) 판단에서 말하는 양태란 상기한 바와 같이 객체의 현존과 결부된 양태가 아니라, 주관의 감정적 상태와 결부된 양태이다. 따라서 이는 현실적 제 현상들에 대해 지성이 자연의 입법자로서 부과하는 필연성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감성적(미감적)판단의 필연성은 실천적 필연성과도 다르다고 칸트는 말한다. 왜냐하면 만약 감성적(미감적) 판단의 필연성이 실천적 필연성이라면, "이 만족은 곧 자유롭게 행위하는 존재자에게 규칙이 되는 순수한 이성의지의 개념에 의한 하나의 객관적 법칙에서 나온 필연적 결과"(KU. 62)라고 해야 하는데, 감성적(미감적) 판단은 상상력의 자유로운 유희가 지성과의 합치에서 오는 만족의 필연성이므로, 즉 주어진 개념이나 법칙에서 도출된 필연성이 아니므로 양자는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이 칸트의 주장이다. 감성적(미감적) 판단의 필연성은 그것이 오직 주관이 특정한 대상에 대한 경험을 기연으로 하여 그 때에 이루어지는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한 필연성이므로 우리에게는 단지 일회적인 사례를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는 그런 필연성이다. 그래서 칸트는 감성적(미감적) 판단의 필연성을 '범례적 필연성'(KU. 62)이라고 부르며, 이때에 그 범례가 되는 사례는 "보편적이면서도 개념적으로는 무규정적인 규칙"(Jens Ku.lenkampff, ibid, S. 107)의 역할을 한다.
*양태
이 말은 영어로는 mode인데, 생활 양식ㆍ유행 등의 의미이고, 또 논리학에서는 식(式)을 의미한다. 그러나 양태라는 표현은 스피노자에게서 보여지는 것처럼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 즉 그의 철학에서는, 무한의 속성을 가진 신(神 : 실체ㆍ자연)이 있고, 그 각 속성이 나타내는 하나하나의 모양, 요컨대 속성의 여러 가지 변화된 형태들을 말한다. 거기에서 양태는 직접적으로 실체의 현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속성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실체와는 간접적인 관계에 있다.
때문에 양태는 그것이 속하는 속성의 기초에서 신(실체)이 인정되는 한계이고, 또 신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다. 세계의 각각의 사물의 존재나 인간의 각각의 정신현상은 모두 양태로 된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이러한 양태의 상태에서 신과 동일한 입장에 입각한 도(道)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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