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대유행이었던 원조 독수리. 당시 싯가로 자그마치 4발 반이나 되었다. 최고급 영석(zero jewel) 타이맥스 쿼츠 무브를 두개나 탑재, 더블타임 기능을 갖추었으며 용두를 돌릴때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특유의 서걱거리는 손맛이 일품이다. 케이스 재질은 브러쉬 피니쉬로 마무리된 스테인레스 스틸이며 여섯개의 황동나사로 장식되어 있고 다이얼은 번쩍이는 미러 피니쉬에 숫자 대신 깔끔한 브랜드 로고와 문양이 그려져 있어 실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필자의 사진 솜씨가 부족하여 이놈의 멋진 자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 밴드 재질은 크롬도금된 정체불명의 금속으로 착용자의 피부와 미세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안쪽면이 적당히 꺼끌해지면서 착 감겨붙는 느낌이 예술이다. 바깥쪽엔 원래 가는 사슬이 부착되어 있었으나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망실되었다. 전체적으로는 딱딱한 직선으로 이루어졌으며 밴드의 절묘한 곡선이 손목을 쾌적하고 여유롭게 감싸는 전형적인 아방가르드풍 디자인으로 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다. 12년의 세월에도 불구, 한달에 약 +10~20초 정도의 놀라운 정확성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역시 명품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2개의 산화은 전지로 약 3년간 작동하며 교체 비용은 DIY시 최고급 레나타로 4천원 정도, 진정한 명품은 돈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정신이라도 보여주듯 극단적으로 저렴한 유지비 또한 장점이다. 안타깝게도 방수씰이 파손되어 방수기능은 지원하지 않고 있으나 가끔씩 습기가 들어가도 잘 작동하는 탁월한 내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이 녀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것일까? 마치며: 역시 불멸의 명품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