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벨베랑 나의 관계는 처음에는 아이돌과 그 팬으로 관계지어졌어. 행복의 거시적인 추구보다는 미시적인, 소확행이라고 불리우는 행복을 찾는게 주 우선이 현대에서

아이돌과 그 팬의 관계는 과거의 신과 신자의 관계와 비슷해. 우리는 좀더 직접적이고 접촉이 더 크지. 노래라는 수단으로 늘 간접적으로 만나고, 콘서트나 오프를 통해

많이 볼수 있잖아? 앞에 잡설이 길었지만, 이걸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해. 그래야 그들이 해주는 노래와 춤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잇는건지 인지하게 되거든.

원래 콘서트를 갔다오면 무슨 노래를 해주었는지 그게 중요했고 어떻게 노래를 해줬는지, 의상이 무엇이였고 퍼포먼스가 어땠는지 먼저 떠올랐었는데, 오늘은 달랐어.

애들 소감이랑 말이 먼저 생각나더라. 팬콘서트가 아니였어더라도 그랬을꺼야. 10년이 주는 무게감이 오늘 확실히 느껴지더라. 어떤노래가 나와서 좋았고 안나와서 아쉽고는 중요하지 않더라

리스너와 가수사이에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전제가 파괴된 느낌이였어. 이제 나는 레드벨벳을 가수로써가 아니라 사람으로써도 좋아하게 된거같아. 그들의 삶을 좋아하게 된거같아. 

아 그리고 오늘 역대급으로 딴사람들 신경을 안썼어. 그냥 거의 오직 그 공간에 나랑 벨베만 있는 기분이였어. 이런 기분은 처음이더라. 

그런 느낌을 가지고 콘서트를 듣는데 애드립하나하나 다 들리고 화음의 구성, 누구에게 지금 강세가 주어지고 누가 약하게 부르는지, 10년간 화음 쌓아온 그들이 본능적인 감각이 느껴지더라. 

그리고 마지막에 떠날땐 억지로 웃었어. 웃으며 떠나고 싶었어. 

오늘 완이는 모든 애드립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자기 보컬의 장점을 너무나도 잘안다는 형식의 쏘굿 편곡을 보여줬어

주현이는 감정을 참아내는게 보였어. 목소리에서.. 그냥 너무 예쁘게 잘하더라 뭐든지..

슬기는 첫 데뷔가 생각날만큼 신나게 즐겼고,

예림이는 자기 이제 다 잘해요 라는 느낌으로 진짜 너무 잘하더라.

수영이는 자기 모든걸 다보여줬어 오늘. 수영이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절절하게 와닿아서 이때까지 수영이가 흘린 눈물이 느껴지더라

갑자기 이게 떠오르네

vcr때 조그많게 다불렀던 

니이름을 가만 불러보면 사랑한단 말같아.

하 

레드벨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