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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모는 유저

序破急:∥(124.5) 2013.01.29 17:48:19
조회 76 추천 3 댓글 5


벌써 1년 전이다. 내가 갓 8티어를 탄 지 얼마 안 돼서 10탑방에 갈 때다. 시간이 없어 별만이라도 때기 위해 일단 전차를 타야했다. 한참을 시작하고도 별을 못때었다. 하지만 나는 별을 땐다는 일념하에 계속해서 솔큐를 돌렸다. 한 방에는 마우스를 타고 있는 유저가 있었다. 처음 본 전설의 마우스의 덕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유저는 비싸게 굴었다.
 "이번 판에 별을 땔 수 있겠지요. 마우스님?"

했더니,

 "나 가지고 별을 땔 수 있겠소? 별 때려거든든 다른 데 가 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마우스였다. 캐리하지는 못하더라도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전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가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정찰하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전진해도 됐는데, 자꾸만 더 느리게 가고 있었다.

 앞에 아무도 없으니 그냥 가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게임의 남은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격파는 안해도 좋은니 어서 가서 벽이라도 해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일단 가야 벽이되지. 너는 나를 놀리냐."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팀원이 잘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왜 그러우? 마우스님, 외고집이시구먼. 남은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말하우. 난 계속 이러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게임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가보시오."

 "글쎄, 재촉을 해도 이게 최대라니까. 마우스가 별 수 있나, 이렇게라도 가야지."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가던 것을 언덕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차체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주위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적이 없다고 가 준다. 사실 적이 없기는 아까부터 없었다.

 게임 시간이 다 지나고고 다음 방으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게임을 해 가지고 게임이 될 턱이 없다. 팀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자존심만 되게 부른다. 매너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마우스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마우스는 태연히 궤도를 펴고 시가지 지붕 추녀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초중전차다워 보였다. 투박한 중장갑과 거대한 모습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마우스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현실에서 친구에게 마우스에 대해 말했더니 친구는 내가 나빴다고 야단이다. 마우스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생각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친구의 설명을 들어 보니, 마우스는 10티어 주제에 화력은 낮고 그나마 뚫리기는 하더라도 장갑이 두꺼운데 그 덕에 무겁기만 해서 느리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마우스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마우스도 그런 심정에서 몰았을 것이다. 나는 그 유저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게임을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유저는 나 같은 사람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그런 것을 몰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유저를 찾아가서 스킨에 골탄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게임하는 길로 그 마우스를 찾았다. 그러나 그 유저가 있어야 할 10티어에 마우스는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마우스가 퍼졌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시가지의 지붕 추녀를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추녀 끝으로 흰 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마우스를 몰다가가 유연히 추녀 끝에 구름을 바라보던 유저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방에 들어갔더니 어떤 사람이 마우스를 몰고 있었다. 전에 생각이 난다. 마우스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마우스의 궤도 돌아가는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1년 전 마우스 몰던 유저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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