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금 프갤에서 욕 오지게 먹는 앰자버보다도 못하다던 2005년 시나가 아이콘, 그것도 최장수 아이콘에 등극했으니 아이콘의 필수 요소는 경기력이 아닌 듯 하지만, 요즘 이 업계 추세가 경기력 중시 분위기니까 어쩔 지 모를 일이지... 그런 면에서 오갓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1. 기술 구사

잘 한다.

스피어에 대해 말하자면... 에지의 이쑤시개나 빅 쇼, 바티의 포옹보다는 비교가 안 되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골드버그나 라이노보다도 앞선다고 생각한다. 골벅과 라이노는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쑤셔박고, 그게 또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갓갓의 스피어는 그것과는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 강력하게 보이는 것과 상대의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는 어느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서 조절해야 하는데, 지금 갓갓은 놀라울 정도로 그 지점을 잘 짚어내고 있다고 본다. 갓갓 스피어가 들어가는 각도는 바티스타처럼 위로 올려치거나 몸을 심하게 틀어서 갈비뼈로 들이받는 게 아닌, 정확히 평형 자세에서 어깨로 완벽하게 들이받는다. 에지처럼 스피어 넣으면서 무릎을 굽히지도 않고 정확히 링 바닥과 몸이 평행을 유지하기도 하고. 이 관점들에서 갓갓의 스피어가 '테크니컬'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빅 쇼 두피어 갖고 놀리는 갤러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어쩌다 나온 거고, 빅 쇼가 접수를 잘 못한 측면도 있다.

슈퍼맨 펀치나 에이프런 드롭킥, 플라잉 클로스라인에 대해서 나는 굉장히 괜찮은 셋업무브고, 시전도 참 폼 나게 한다고 생각한다. 페이백 페이털 포 웨이 경기를 봐도 갓갓이 플라잉 클로스라인 넣을 때 관중들의 분위기가 환기되더라. 노 터치 플란차는 위험해 보이기는 하고 조만간 봉인해야 할 듯 싶지만, 갓갓은 체구에 비해서 상당히 점프력이 좋은 게 보이고, 또 특유의 둔탁한 맛도 있는 것 같기는 한 듯 싶다. 다만 사모안 드롭만은 아직 아쉽다.

2. 경기 운영

안정적이지 않다.

일단 갓갓은 업계 들어선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쉴드를 결성했고, 쉴드 내에서 갓갓은 자신이 제일 잘 하는 막타만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받았기 때문에, 쉴드 시절에 세스 롤린스처럼 경기 운영 방법을 익힐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분명 섬머슬램 오턴, 패스트 레인 국용, 레슬매니아 브호동까지만 해도 확연히 캐리받았지만, 익스트림 룰즈에서 20년 커리어에서 4성이 하나도 없던 빅 쇼를 상대로 4성을 뽑으면서 일단 멱살잡이 캐리 시절은 끝났다고 봐야지. 그 이후 페이털 포 웨이 경기에서도 분명히 제 몫을 다 했으니 경기 운영도 이제 제법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저번 RAW에서 3연전 경기에서 모두 기대 이하를 받으며 경기 운영이 아직 안정적이지는 않다는 인상을 주었다. 나쎄처럼 상대방 경기력에 비례해서 경기 뽑는 게 아니고, 빅 쇼와의 경기에서처럼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갈 자질도 보이지만 아직은 덜 여물었다고 본다. 하지만 발전 속도는 프갤러들 모두 인정하듯이 굉장히 빠르니 내년 이맘때쯤에는 기대해도 될 듯.

3. 관중과의 상호작용

자질은 풍부하나 아직은 아니다.

이건 랜디 오턴, 트리플 H보다는 숀 마이클스, CM 펑크, 존 시나가 잘 하는 것 같다. 관중이 경기에 이입되도록 하고, 집중하도록 하는 특유의 투지(연기)... 확실히 갓갓이 기술 하나하나를 넣을 때마다 관중의 반응이 좋다. 해머링 주고받기 할 때 나쎄가 그런 것처럼 환호와 야유가 모두 확실하게 터져나오는 걸 보면 아직 이게 좀 모자란 세스 롤린스보다 자질이 좋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브렛 하트가 지적했듯이, 갓갓의 캐릭터는 트리플 H와 비슷하고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갓갓이 원래 끼가 많기도 하니 일챔 시즌에서 앰짱구랑 혓바닥 내밀던 그런 강하면서도 윾쾌한 캐릭터를 계속 밀면 오래 지나지 않아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을 듯 싶다.

결론적으로, 나는 로만 레인즈가 비교 대상인 브레이 와이어트나 딘 앰브로스보다 경기를 잘 하게 될 재능이 풍부하고, 아직 경기력을 기를 만한 시간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서 (그 언더테이커도 데뷔 후 몇 년간은 0~2성대가 다수였다.) 덜 여물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충분히 개선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