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에 발을 담군 지 얼마 되진 못해서 성소수자 전체를 아우르며 표현한 건 어쩌면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제가 겪어온 여장남자와 트랜스젠더들을 기준으로 서술할게요.

소수자들은 이해받고 싶어하는 동시에 이해받지 않고 싶어해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소수자들은 자신들이 다수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죠.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일어나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다만 본인의 정체성이나 사랑할 수 있는 범위, 방향이 다를 뿐이라고 말해요.

맞는 말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똑같은 사람들이에요. 밝은 곳에서 활동하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이야기를 친구나 부모와 나누며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해나가고, 고민하고.

그리고 마음껏 제 사랑을 고하고. 뭐 그 소망이 성소수자 개인이 아닌 집단이 만들어진 계기 중 하나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런 그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좀 이상한 점들을 발견할 수가 있단 말이죠.

바로 은어에요.

시디니 티지니, 업이니 러버니 도무지 일반인들이 보거나 들으면 당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소리가 그네들에게선 자연스러운 단어가 되어 문장이 되어 튀어나와요.

크로스드레서, 트랜스젠더의 약자다. 실제 영단어를 줄여 말한 것뿐이다 반론한다면 별로 할 말도 없는 게 사실이지만 저는 그게 다수자들에게 '정상인'으로 인식되길 바라는 소수자들에게는 익될것이 없다 생각해요. 왜냐구요? 이해는 기본적으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대부분의 경우, 모름은 배척을 불러와요. 그리고 소수자들의 은어 형성은 모름을 심화시키는 행위니까요. 당장 지나가는 일반인 아무나를 잡고 물어보더라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천이면 구백구십구는 그게 무슨 단어냐며 머리에 물음표를 띄울걸요.

제가 이와 같이 물으면 대체 그게 왜 문제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응을 해와요. 난 나만 잘 살면 돼. 나와 내 주변만 재밌으면 돼. 인권문제따위, 난 그냥 음지에서 소수자로 살게. 웃긴 건 그들 대부분이 평소에는 위와 같이 다수자에게 나와 너는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싶어한다는 거에요.

뭐 요즘 들어 나아졌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여장이나 성전환에 대한 배척 의식이 남은 사회에서, 그에 대항하기 위해 내부적 폐쇄성을 강조하는 집단의 정신에 온전히 물들지도, 그렇다고 자신이 바라는 사회에 녹아들지도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고착될 수밖에 없는 관성 같은 것일지도 모르죠.

정말로 같은 소수자 외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게 전혀 없어요. 오히려 은어의 순기능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죠. 집단의 유대를 강화시키고, 편하고. 그 정도를 꼽을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우리들이 꿈꾸듯 말하는, 누구에게도 성향만으로 지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는 은어 사용을 자제하던가, 아니면 다수자들에게 소수자들이 쓰는 용어를 알릴(더 이상 은어로서 사용되지 않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