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

왜 내 노래중 몇 개의 고향은 당신이 아니었을까.

연필을 깎아 흑연이 날린다. 저녁이 더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오는 방식이다.
검은 것이 모두 무언가가 타버리고 남은 재라고 가정해야한다면 흑연은 연필로 쓸 문장이 타고 남은 재이다. 문장은 그렇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타고 아프고 검어지고 버려져야 하는 것이다. 사람처럼.
위와 같은 증명을 하게 될 즈음부터 나에게 고향이란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떠나온 곳이었다. 고로 내 언어의 고향 역시 이곳이 아니라 항상 우리가 다니던 학교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는 했다. 젖은 운동장에 깔린 안개. 의 고향이 우리의 병이 아니라 그날 비행기의 비행운이듯이. 노래의 고향은 불러진 곳이 아니라 떠나온 곳이며 고로 향하는 곳이다. 행간에만. 불안하게.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새벽에 부르고 남은 노래가 폐에서 당신 쪽으로 향수병을 앓았다.

밤은 종종 검은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였다. 그 나무는 얇은 몸에 가지가 수 백개 달려 있었지만 나는 그 나무의 가지와 악수할 수 없었다. 양 손을 모두 사용해도 홀로 악수를 할 수는 없다. 밤은 따라서 흑연을 더 불어넣어 연주하는 타악기이고 따라서 나는 나를 자주 괴롭히게 되었다.

가사 없는 노래가 앓는 병이 더이상 미분할 수 없는 설단증이라면
가사만 남은 노래의 병은 무엇이라 불러야할까. 더이상 적분할 수 없는 감정?

내가 당신에게 들려주려 했던 것은 왜 항상 멜로디 없이 가사만 많은 노래였을까. 가사를 모르는 노래였다면 나는 휘파람을 불어 주었을 것인데. 나는 자주 노래를 폐에 지닌 채 너를 만났고 그래서 종종 너를 만나면 숨을 내쉬기가 어려웠어. 그 노래들의 멜로디나 부르는 방식을 나는 언제나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어떤 가사도 너에게 들려주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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