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잉글리쉬 러버

   한석은 서울의 빌딩 숲 속에서 잉글랜드와 자신을 이어주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는 오래된 영어 문법 책과 발음 학습기, 그리고 각종 영국 관련 서적이 빼곡히 들어찬 방에서 거의 매일 밤을 지새우곤 했다. ‘이건 원래 영국의 언어야. 고유의 품격이 있는 언어라고’라는 생각은 그가 외로움을 이겨내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석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 그는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았지만, 그 호기심은 늘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어려웠다.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가 아는 것이 항상 옳다고 믿는 완고한 면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주로 혼자 생각하며 살아왔다. 학교에서 그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외면당하는 경험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나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이 다른 점이 바로 그가 추구해야 할 자아라고 믿었다.

   대학 시절, 한석은 우연히 영국 역사와 언어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강렬한 흥미를 느꼈다. 교수의 발음에서 느껴지는 영국식 억양,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고상한 뉘앙스는 한석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 이후, 영국 영어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었고, 스스로도 ‘영국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영어는 원래 영국의 언어다’라는 말은 그가 붙잡고 싶은 유일한 진리였고, 그래서 그는 어디서든 이 말을 퍼뜨리려 했다.

   한석은 현재 별다른 직업 없이, 부모님과 함께 살며 책을 읽고 영어 학습에 매진하고 있다. 때로는 영어 갤러리에 자신의 견해를 적어 올리며 영국 영어의 우월성을 전파하려 애쓴다. 그는 남들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사상이 인정받길 바랐다. 언젠가 그가 영국 땅을 밟고 그곳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한석은 오늘도 ‘잉글리쉬’에 대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