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생활을 하던 90년대에는 부대 내에 설치된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마저도 계급, 이른바 짬이 낮으면 전화를 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런 풍경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도 한동안 지속된 줄 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부대 내에 휴대폰을 반입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되레 당대의 병사들은 공중전화를 짧게나마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감사히 생각했다.

그런데 2014년 윤일병 사건 등으로 군 내 부조리 타파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각 부대의 내무반마다 수신용 공용 휴대폰이 도입되었다. 우리 군이 수십년 간 쌓아온 병영문화와 그에 터잡은 상식을 깨뜨리는, 충격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역시 당시의 병사들은 공용폰 도입에 만족을 느꼈을 뿐 그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딱 좋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청년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병사 월급이 대폭 인상된 것과 더불어, 개인 휴대폰 반입이 허용되었다. 그래도 막 허용된 초기에는 일과후에만 사용이 제한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병사들은 매우 드물었던 것으로 안다. 애초에 개인 휴대폰 반입 허용이 시대 문화의 변천 내지 병사들의 원성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급작스레 실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로 군기강이 급격히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선후임 간의 뚜렷한 위계질서에 따라 내무반 안에 긴장감이 맴돌았던 것과는 달리, 일과후에 다들 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런 긴장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또 외부와의 소통이 자유로워지면서 병사들은 바깥사람들한테 군생활에 대해 징징대기나 하였다. 이렇게 군기가 붕괴되면서 병사들은 자신이 군인이라는 것을 망각하여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제는 일과 중에도 폰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미친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기껏 병사월급은 200으로 올려줬더니 이젠 최저시급으로 맞춰달란다. 아니, 병사가 노동자이던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온 자들 아닌가?

병사들의 응석을 받아주었다가는 한도 끝도 없다. 예컨대 일과 중에도 폰 사용을 허용해줬다가는 그다음엔 아예 집에서 출퇴근을 시켜달라고 징징댈 것이다. 그렇다고 병사들이 징징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그들은 끊임없이 징징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시 개인 휴대폰 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휴대폰 사용으로 붕괴된 군기강을 복구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호의가 계속된다고 권리가 될 수 없음을 병사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징징거리는 것을 멈추고 본인의 본분을 알게 하기 위한 것도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강한 군대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