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이전 증상

4년 전, 우리 형이 M자 탈모가 생기는 걸 보고 머대리라고 존나 놀림...

2년 전, 퍼머를 했는데 정수리에 머리가 없다는 지적을 들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머리숱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냥 넘김.

복용 1년 전, 눈 아래까지 앞머리를 기르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오른쪽 이마가 드러나는 것이 확인. 그러나 탈모라고 의심하기는 커녕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음.

6개월 전, 조금씩 오른쪽 이마를 어떻게든 안보이도록 애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확인. 탈모라고 의심했지만 탈모갤 생기기도 전이었고 정보가 부족하여 무엇을 해야할지 모름.

2개월 전, 왼쪽 이마도 살짝 드러나는 것이 확인. 헤어스타일을 단발에서 숏컷으로 쳤는데 탈모티가 사라짐. 안심했지만 탈모에 대한 관심도는 급상승.

 ㅡ 내가 단발을 유지하고 있었던 걸 천만다행으로 여김. 숏컷을 하고 있었으면 탈모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고 머리숱은 계속 빠졌을 거임.

며칠 전, 친구들로부터 지단 칭호를 하사받음. 충격을 먹고 정수리 사진을 찍었는데 좀 휑하다 느낌.

상담

탈모 초기인데 중기로 전환되기 이전이라는 진단 받음. 술 담배 끊으시고 운동 열심히 하시고 탈모 클리닉에 다니시면서 주사 치료, 레이저 치료를 받으십시오. 라고 권유하는 거 다 쳐내고 처방전만 달라고 요구. 그 뒤로 1년 2개월간 의사 얼굴 구경 못함.

복용

복용 6개월 동안은 하루 1알. 그러나 귀찮기도 하고 돈도 너무 깨진다 싶어 그 뒤로 2일에 한 알씩 먹는 빈도가 높아짐. 2일에 한 번 먹다보니 3일에 한 번 먹는 경우도 생김.

1년 2개월 복용 소감

1. 정수리는 탈모를 알아차리기 20대 중반 이전보다도 좋아짐. 탈모 초기에 먹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2. M자 탈모에는 완벽하게 효과가 없음. 그러나 계속해서 진행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음. 향후 이식 수술로 보완하는 게 나을 듯함.

3. 헤어스타일은 숏컷을 유지하면 탈모로 보이지 않지만 단발로 넘어가는 시기까지 기르게 되면 왼쪽 이마는 괜찮지만 오른쪽 이마가 드러나게 됨. 항상 숏컷 유지.

4. 술, 담배 전부 다 하고 잠 늦게 자고 과식함. 흡연량은 3일에 1갑, 술은 주말에만. 주량은 1병 반에서 2병. 그러나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갖고 있고 운동은 탈모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 취미로 가끔 함.

5. 식사는 신경 쓰지 않음. 기름진 것 엄청나게 쳐먹음. 그러나 정수리에 머리는 풍부함.

6. 나를 지단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사라짐.

7.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탈모라고 말하면 '머리숱 많은데 오버하지 마'라고 함.

결론

1. 탈모충은 초기 중기니 한의원이니 모발관리센터니 그딴 거 살펴보지 말고 약부터 쳐먹고 갤질.

2. 이걸 탈갤러는 웬만하면 다 아는 사실인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새끼는 자살 추천.

3. 머리가 숏컷이면 베지터가 된 후에야 발견할 가능성이 높으니 수시로 확인하는 게 좋음. 물론 뭐... 탈모 증상도 없는데 내가 탈모일까 걱정되어 이마를 까보는 새끼가 있을랑가 모르겠다만.

기타 충고

1. M자 탈모는 한 번 급격히 진행된 다음 더 진행되지 않는 잠복기를 갖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러니 머리가 M자인데 빠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내가 원래는 M자형 머리였나' 따위의 병신같은 생각을 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라.

2. 앞머리가 M자가 아니고 이마라인을 따라서 벗겨지는 놈도 있다. 그러니까 '난 원래 이마가 넓은가보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제발 병원가서 진단을 받아라. 돈 오천원이 아까운지, 빠지는 니 머리가 아까운지 생각하면 존나 쉬운 결론이다.

3. 이미 중기 이후로 넘어간 탈모충은 연예인들이 다니는 탈모병원에서 돈 천 만원 쓰지 않는 한 탈모 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본다. 이런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빠질 걸 우려해서 술 담배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니라 돈 모아서 제대로 된 이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술 담배를 끊어야 한다. 씨발 운동 좀 하고 술 담배 끊고 기름진 음식 안 먹는다고 이미 사라진 모낭이 갑자기 뾰로롱하고 생겨 풍성하게 자라리라는 미신을 갖고 살지 말고 돈이나 모아라. 탈모는 유전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