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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리뷰 다시 씀

퀸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25 02: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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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영화의 큰 틀에선 주인공 히라야마가 보내는 일상은 멀리서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모든 것이 조금씩 다릅니다. 히라야마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꽃에 물을 주고,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면도를 하고, 옷을 입고, 작업복을 입고, 선반에 놓여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챙기고, 외출해서 집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서, 차에 타서 한 모금 세게 마시고, 차의 시동을 걸고, 카세트테이프를 넣어서 음악을 들으며 운전합니다.

매일 정해진 구역에서의 화장실들을 청소하지만, 청소하는 데에 있어서 겪는 세부적인 상황들은, 즉, 마주치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겪는 작은 일상들은 전부 다른 게 재미있죠.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매일 자고 일어나서 해야할 것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제한된 상황속에서 하고, 그런 상황에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 내지는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 일들과 사람들과의 작고 소중한 인연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

사실 감독님이나 각본, 제작분들은 히라야마를 주의깊게 조명했지만, 크게 보던, 작게 보던, 결국 이 영화의 일본에서의 히라야마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의 우리 각자 자신이 아닐까 합니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우리는 우리의 삶을 보고 온 거죠, 영화를 감상하는 입장에서 그런 삶의 환기를 해 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제 할 일을 충분히 다 하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한, 매일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히라야마가 주로 나무의 잎들을 주의 깊게 보거나, 그것에 대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그것을 매 주 모아 일을 쉬는 날(아마 주말 같은데요.)에 사진을 현상하러 가기도 하고, 그 현상된 사진을 보며 마음에 드는 사진은 보관함에 담아 보관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즉각적으로 찢어버립니다. 그런 면에서 히라야마의 성격은 좋고 싫음이 뚜렷하며,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이 분명함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출근하는 날과, 일을 쉬는 날에 각각 히라야마가 항상 하는 일들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질서정연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퇴근하면 항상 목욕탕에 들러서 목욕을 하고, 항상 가는 음식점(술집)에 가서 식사와 음주를 하고, 또한 휴무일에도 근무일과 비슷하게 항상 가는 술집이 있는 것이 저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생활패턴이 어디까지 일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극한까지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히라야마가 잠들면서 꾸는 꿈도 흥미로웠는데요, 주로 잠들기 전의 하루에서의 시각적으로 히라야마에게 인상깊게 다가왔던 상황과 장면이 꿈에서 흑백적이면서도, 백색적으로 실체화 되는 것이 눈요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히라야마가 깨어있을 때 보는 것들을 꿈에서 소망, 바람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그런 추측을 조심스레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잠 들기 전에 누워서 스탠드를 켜두고 책을 읽는 모습도 저도 독서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느껴지는 바가 많았습니다. 더불어 항상 일정한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나름 서양에서 인정받는 음악들을 듣는다는 점, 이 세 가지 정도로 히라야마가 '실패한 인텔리'라는 의견도 들어보니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 확실하게 납득이 되었습니다.

1) 히라야마는 실패한 인텔리?
만약 히라야마를 '실패한 인텔리'로 본다면, 히라야마의 지적 능력이나 사회적 야망을 성취하지 못한 사람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실패는 단조로운 삶에 안주하는 모습을 통해 직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나 싶고요. 이런 면에서 반복되는 일상은 히라야마가 '실패'에 대해 잊기 위한 시도일 수 있겠습니다.

2) 인텔리의 실패, 하지만 또 다른 성공.
사회적으로 실패했지만, 자신의 내면에서 만큼은 온전한 평화를 찾음으로써, 이것은 히라야마 개인으로서는 나름대로의 뜻깊은 성공일 수 있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또한 인텔리로서의 실패가 반드시 부정적인 건 아닐 수 있다는 메세지로도 읽힙니다.

3) 사회적 맥락에서의 인텔리로서의 실패

히라야마의 실패를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맥락을 통해 살펴본다면, 일본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 않나 합니다. 특히 사회 구조로 인해 개인적인 힘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요. 히라야마는 그런 국가, 사회 구조 시스템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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