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명작으로 남은 이유는

당시 타카하타 이사오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레이아웃, 콘도 요시후미가 캐릭터 디자인이랑 작화감독을 맡을 정도로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라인업을 토대로 4쿨이라는 넉넉한 분량을 뽑을 수 있었기 때문임

작중에서 앤이 커스버트 집안에 입양될 때까지의 이야기가 1화부터 6화까지 다뤄지는데 이게 스토리상 프롤로그고, 앤이 학교에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그 이후부터 시작됨

근데 요새 리메이크 꼬라지를 보면 이걸 1화부터 6화까지 끈덕지게 다루고나 있을까 당연히 의심이 됨 이걸로 3화 뽑으면 많이 뽑은 거임

타카하타는 인물의 행동과 비언어적인 부분, 연출적인 요소를 통해 감정을 다루고 그걸 활용하는 데 있어 굉장히 정통한 감독임

대사와 대사 간에 텀을 두는 방식, 표정과 몸짓, 구도 하나하나까지 전부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그 모든 디테일과 정서가 작품에 녹아 있음 별거 아닌 장면에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말임

6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태동 이후 현재까지 모든 애니메이션 감독을 전부 통틀어도 타카하타의 이러한 연출력은 올타임 넘버원 수준임 이건 범접할 수가 없음

1화부터 명장면을 뽑아낸 벚꽃 터널신, 지금껏 회자되는 수많은 명대사와 미술과 연출, 감동을 주는 드라마와 앤의 성장을 통해 헤이세이도 아님, 쇼와의 빨강머리 앤은 그렇게 구성되어 있음

이걸 이제 와서 레이와에서 다시 만들겠다길래 뭐 돈 좀 들인 대형 프로젝트라도 되나 봤더니

감독은 이게 장편 애니 데뷔작이고, 제작사는 신의 탑 2기 만든 놈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