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맛있게 생겼다” 호텔 실습생·여직원에 막말

“성희롱하는 사장님 나빠요.”

22일 오후 3시30분 서울 소공동의 ㅇ호텔 후문 앞. 호텔 노조원 30여명은 최모 대표(61)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폭염 속에서 ‘전직원 성희롱 심판. 최대표 OUT’ ‘우린 성희롱이 싫어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시간가량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무엇이 이들을 땡볕 아래로 내몰았을까.


사연은 올 1월부터 시작됐다. 겨울방학 중 호텔 베이커리 주방에 현장실습을 나온 여대생이 최 대표로부터 심한 성희롱을 당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주방을 순시하던 최 대표가 여대생을 보더니 “그× 참 맛있게 생겼다”고 말했다. 노조는 피해 여학생과 현장에 있던 여직원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최 대표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청했다. 노조 게시판이 시끄러워지자 모기업인 ㅅ그룹은 지난 3월 윤리사무국 직원을 보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감사 결과 ‘혐의 없음’ 결론이 나오자 여직원들은 추가 성희롱 피해 사례를 모으기 시작했다.

노조에 접수된 성희롱 사례에 따르면 최 대표는 지난해 호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던 중 여직원에게 “이런 운동을 하면 젖통이 커지냐”고 말했다. 같은 해 열린 주방 직원들과의 족구대회에서는 한 여직원이 옆자리에 앉자 최 대표가 “어! 이×, 사복 입으니까 섹시하게 생겼네”라고 말했다. 한 여직원은 “최 대표가 다가와 목 주위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아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회식 자리에서 최 대표가 성적 모욕감을 유발하는 건배사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조 측은 피해 사례를 종합해 ㅅ그룹 윤리사무국에 공식 감사를 재차 요청했다.

윤리사무국은 지난 6월 말까지 감사를 마치고 현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호텔노조 김종번 위원장은 “그간 호텔 이미지를 고려해 외부에 성희롱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지만 최 대표는 부인으로만 일관하고 그룹도 사건 규명에 소홀하고 있다”며 최 대표의 공식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최 대표는 회사 홍보실을 통해 “노조가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ㅅ그룹은 감사결과 등에 대해 “호텔 측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