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건국한 왕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는 조선의 시조이자 상징 그 자체로서 그의 모습을 온전히 담은 초상화도 귀하게 여겨졌다.
임금이 쓰는 모자 익선관과 곤룡포를 입고 정면을 바라보는 위용에 찬 어진(御眞)은 서울, 평양, 경주 등 여러 곳에서 보다 엄격하게 보관했는데 그 수가 26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국난을 거치면서 현재 전주 경기전에 보관되어 있는 초상화 1점만 남아 국보로 지정돼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 2011년 경기전 어진을 모사, 복원에 성공하면서 제작 시기가 앞선 다른 어진들을 참고해 곤룡포 색을 바꿨다. 예로 붉은 옷을 입은 태조 어진이 있다.
19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오는 21일부터 개최되는 특별전 '보존과학으로 다시 태어난 조선의 기록유산'에서 시조 태조 어진을 포함한 64점의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서각이 보유하고 있는 높은 보존 처리 기술과 섬세한 역량을 통해 복원, 복제한 성과물 등을 모은 자리로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기록유산 및 보존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먼저 공개될 '왕실의 문화를 기록하다' 부분에서는 태조 어진을 비롯해 실물과 동일하게 복제한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 '동의보감'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대동여지도/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또한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 출생 추정∼1866 사망 추정)가 직접 제작한 '대동여지도' 및 '청구도'는 강릉부터 인천까지의 부분을 연결해 두 지도의 연결성을 무리 없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조선의 제21대 왕 영조(재위 1724∼1776)가 자신의 호 '자성웅(自醒翁)'을 딴 현판을 주문, 제작하는 전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한 자료와 그 결과물 '자성사 현판'도 공개될 예정이다.
아울러 '명가의 역사를 보존하다' 전시 부분에서는 경주 손씨, 동래 정씨, 고성 이씨, 반남 박씨, 순흥 안씨 등 유서 깊은 가문에서 장서각에 기증하거나 맡긴 자료들을 소개한다.
송준길 행초 동춘당필적/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그러면서 경북 경주 양동마을 경주 손씨 종가에서 직접 찾은 중국 원나라 법전인 보물 '지정조격(至正條格)' 복제본을 비롯해 다양하고 섬세한 방식을 통해 복제한 '동래군 필적', '정학묵 금관조복'이 전시되며 전시에서는 원형 복원, 보존, 복제 등 나누어진 각 단계와 보존 처리 역량도 설명할 방침이다.
전시에 오는 관람객들은 학자이자 명필로 현재까지 이름이 자자한 송준길(1606∼1672)이 '학고재명(學古齋銘)', '우곡잡영 20절(愚谷雜詠 二十絶)' 등을 필사한 보물 '송준길 행초 동춘당필적'의 상세한 보존 처리 과정을 볼 수 있어 관심을 끈다.
한국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다음 달 10월 5일부터 11월 2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자료를 소개하는 특강을 열어 지식을 공유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장서각 자료를 연구한 성과와 보존 처리 기술을 접목해 그동안 축적해 온 장서각 보존과학의 성과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장서각 1층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11시 30분, 오후 1시 30분~3시, 3시~4시 30분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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