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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의 경계에서앱에서 작성

ㅇㅇ(39.7) 2025.01.03 22:23:58
조회 77 추천 1 댓글 1

유진은 여느 때처럼 냉철한 눈빛으로 대국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흑돌이 내려갈 때마다 중계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번 판은 팀의 PS 진출을 결정짓는 중요한 대국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대국 자체보다 더 큰 긴장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국이 끝나고 승리한 유진이 검토실 문을 열었을 때, 제일 안쪽에 있는 익숙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동윤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지만, 눈빛만은 따뜻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동료들과 헤어진 뒤, 둘은 근처 작은 공터에 마주 앉았다. 동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유진은 속삭였다.
“오빠, 정말로 검토실에 올 줄은 몰랐어요.”
동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두는 걸 직접 보고 싶었거든.”

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아까 제 좌변 수읽기 어땠어요?”
“너무 좋았어. 전성기 오청원 기보를 보는 느낌이었어”
동윤의 농담 섞인 평에 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한 달 뒤, 남자리그가 시작됐다. 이번엔 유진이 검토실에 있었다. 검은 코트를 단정히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채, 그녀는 시선을 동윤에게 고정했다. 동윤은 언제나처럼 냉철하고 여유로웠다. 유진은 그의 돌을 놓는 손길을 보며 그동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9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의 비밀스러운 사랑.

주징으로 나선 동윤이 정환에게 승리했을 때, 유진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수줍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미소 지었다.
“축하해요,” 유진이 다가가 말했다.
“고마워,” 동윤이 답했다. “네가 와줘서 더 큰 힘이 됐던 것 같아.”

둘은 다시 공터에 앉았다. 이번엔 서로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
“바둑에서 흑과 백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결국 서로를 완성하잖아요,” 유진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그런 거겠지,” 동윤이 덧붙였다. “너 없으면 내 대국도 완전하지 않을 거야.”

공원에는 겨울의 찬 공기가 스며 있었지만, 둘의 마음은 따스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 그들은 흑과 백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세계를 완성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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