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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썰)토혈국

(112.149) 2012.11.09 22:06:03
조회 211 추천 0 댓글 0

-배경 '名人기소제도' '바둑가문' 그리고 '권력투쟁'

일본은 전국시대가 끝난 후 최후의 패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막부 통치아래, 평화시대를 맞게 된다. 이 막부 제도는 명치시대. 즉 메이지 유신으로 막부가 붕괴될때까지 일본 사회를 확고하게 잡아 놓고 있었다. 이후 일본의 바둑은 막부의 보호와 지원아래 발달하게 되었는데. 막부는 기소(碁所)라는 별도의 직책을 두어 바둑을 총괄하게 하였다. 막부의 임명으로 기소에 오른 자는 이른바 명인(名人)으로 하나뿐인 九단이며, 전국의 기사를 통솔하며, 전국의 기사에 대한 단위의 허가, 그에따른 검정등, 당시 형성된 일본 바둑계에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권력의 자리에 있는 자(名人)는 당국의 특별한 명령이나 괜히 대국을 해서 자신의 권위를 깎아 내릴 필요도 없었다. 자신에게 적수가 될 만한 호적수들에게는 상수에 해당하는 7단이나, 준명인에 해당하는 8단의 권위를 하사함으로써 바둑의 절대 권력에 기어오르는 것을 방지했다.

그리고 기소를 중심으로 하는 이 제도는 대대로 이어 내려지는 세습제의 4대 바둑가문이 일본에 뿌리내리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가장 유명한 것이 현재도 일본에서 아직도 열리고 있는 타이틀의 이름이기도 한 혼인보(본인방 本因坊), 그리고 나머지 세개의 가문은 각각 야쓰이(安井)家, 이노우에(井上)家, 하야시(林)家이다.

명인 기소. 일본에 독특했던 정치제도인 막부의 지원하래 존재했던 이 자리에는 그에 따르는 권력만큼이나 당연히 그 자리에 대한 치열한 권력투쟁이 상존할 수 밖에 없었다. 권력투쟁이 없는 시대란 아주 탁월한 기사가 오로지 바둑실력 하나만으로 깨끗하게 상대를 평정하거나, 혹은 정치력이 아주 탁월한 기사가 바둑 4대가문의 위신과 권위를 인정하면서 유연한 정치를 펼 때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서 사실상 평화상태란 없는 줄도 모른다. 언제나 야망이 강하고 권력욕이 넘쳐나는 사람이 바둑가문의 수장으로 있게 되고, 그들의 힘이 평형을 이루거나 일방의 힘이 아주 강하면 타협이 이루어지지만, 조금이라도 틈이 있는 한 투쟁과 암투는 끝이 날 수 없을 것이다.

-토혈국의 간략한 스토리

토혈국(吐血局) 사건은 권력의 핵심인 기소를 둘러싼 암투와 권력투쟁의 절정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바로 혼인보 죠와(丈和)와 이노우에가의 겐낭인세키(幻庵因碩)가 권력투쟁의 핵심인데. 최종 승자는 혼인보 죠와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명인 취임까지 그럴싸한 바둑의 대결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지는 사람, 즉 패자의 정치적인 부담이 곧 정치적인 사망에 가깝기 때문에 서로 두려워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사람의 계략과 지모도 아주 뛰어났다. 먼저 7단의 위치로 불리한 위치였던 겐낭은 혼인보와 야쓰이가를 설득해 준명인인 8단의 위치에 오른다. 또한 바둑 4대가문간의 암약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음,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던 죠와가 명인 기소의 자리에 오르거나. 다른사람이 오르려는 시도를 사사건건 방해한다. 이에 비해 혼인보 죠와는 조금더 적극적이었다. 먼저 혼인보 죠와는 기소를 임명하는 권한이 있던 당국을 설득했고, 자신의 친 아들을 볼모로 다른 바둑가문들과 비밀 약조를 맺어 명인 기소에 취임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권력자가 그렇듯이 암약과 투쟁을 통해 명인기소에 오른 죠와는 비밀약조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듯하다.

약조의 내용은 혼인보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하야시가의 가주 하야시겐비(林元美)에게 준명인인 8단의 단위를 인허하고, 이노우에가에는 6년뒤 기소를 이양하고 금화 6백냥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공한 권력자가 이런 시덥잖은 비밀 약속을 지키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히 드문 일이다. 죠와도 마찬가지로 권력에 앉자 볼모로 잡힌 친아들 하나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신 죽도록 방치했다. 그리고 명인기소 취임에 정치적인 지지자 역할 해 준 하야시 겐비에게는 8단의 단위를 인허하지 않았다. 8단은 명인기소에 도전할 수 있는 권위가 있기 때문이다.

겐낭 인셰키는 자신이 비밀약조에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적수는 대망의 권력을 손에 넣었으니. 이제 그의 권력과 권위에 흠집을 내 죠와를 끌어 내려야 하는 수순이 필요하게 되었다. 겐낭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당시의 막부 중신인 마쓰다이라의 이름으로 혼인보 죠와와 이노우에가의 친선대국을 주선하게 한다. 말이 친선대국이지 죠와로서는 막부 고관의 이름이 걸려 있으므로 울며겨자 먹기로 대국에 임하는 것이고 만약에 지는 날이면 모든 가문에서 벌떼처럼 도전할 것이 뻔한 이치였다. 지속적이고 정당한 대국이 아닌 권모술수와 암투로서 권력에 올랐으니 명인의 정당성이 부족하고, 따라서 이러한 도전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을 암약한 이노우에가의 겐낭도 정치적인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겐낭이 직접나서 명인기소에 오른 혼인보를 꺾는다 해도, 자신이 그 자리에 바로 취임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는 날이면 다시는 도전할 기회가 없을 것이고. 게다가 자신이 이기면 유리는 하겠지만 다른 바둑가문에서도 자신과 똑같은 명인기소 공략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겐낭이 생각한 것은 자신의 수제자인 아카보시 인테츠(赤星因哲, 1810-1835)였다. 25세로 7단에 오른 인테츠는 겐낭을 정선으로 4번이상 연속 이긴 젊은 실력자였다. 겐낭은 제자를 대신 전쟁터에 내보냈다. 승리하면 더할나위 없이 많은 상처를 정적에게 입힐 수 있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아카보시는 자신의 제자이므로 자신은 다시 도전할 기회를 훗날 도모할 수 있다. 역시 겐낭다운, 비겁하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과 처신이었다.

대국은 무더운 7월에 열렸고 나흘의 시간이 소모되었다. 대국이 중단 됐을 때. 죠와는 이판을 생각하느라 옷에 오줌을 지리는 것도 몰랐고, 인테츠는 생각으로 침식을 잊고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가 드러나는 것이 바둑의 승부, 형세는 초반에 역시 흑을 잡은 인테츠가 유리했으나 연속해서 죠와가 3번의 묘수를 터뜨리며 형세를 역전. 결국 아카보시 인테츠가 자신의 불계패를 인정하고 돌을 던진다.

그리고 죽음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스승의 명예와 가문의 위상을 한 몸에 짊어지고 바둑승부에 임했고 결국은 패배한 아카보시가 판 옆에서 피를 토한 것이다. 아마 죽을만큼 토했나 보다. 많은 사람이 놀랐고, 아카보시는 이노우에가의 사람들에 의해 가문으로 옮겨진후 그곳에서 얼마 못가 짧은 인생을 마쳤다.

이후 이 바둑의 이름은 토혈국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혼인보를 중심으로 한 근대 이전 일본의 바둑역사에서 아주 아주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사문의 명예가 달린 막중한 책임을 진 젊은 기사, 아카보시 인테츠가 나흘간에 걸쳐 바둑을 두어 승부에서 패하자, 피를 토하고 죽은 이 사건이 말이다.

출처:<U>http://www.cyberoro.com/culture/culture_list.asp?div=15</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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