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최고의 천재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이창호는 우칭위엔, 즉 오청원(吳淸源)과 자신의 스승 조훈현 두 사람을 지목합니다. 이창호는 바둑의 정보(情報)가 지극히 적던 시절 새로운 방식의 바둑 기법을 창조한 오청원의 위대함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오청원 선생의 바둑엔 자유의 사상이 내재돼 있고, 현대 바둑엔 오청원 선생의 심혈이 녹아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오선생의 바둑을 교재로 삼아 공부했었다”고. 질문했던 기자가 이창호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10년 이상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이창호 당신은 천재가 아닌가? 그리고 기술면에서 비교한다면 당신과 오청원 둘 중에 누가 더 강할까? 이창호는 또 이렇게 답변합니다. “나는 천재가 아니며 그저 노력형에 불과하다. 그리고 오청원 선생과는 감히 비교할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이 쯤되면 오청원 선생에게 달려가 한 마디 안들을 수 없지요. 오청원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창호…그는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천재일 뿐이다. 진정한 천재를 꼽는다면 역시 조훈현이다-.” 놀랍게도 이창호의 말과 정확하게 일치하는군요. 오청원은 조훈현 다음가는 천재 자리에도 이창호를 꼽는 대신 오다케(大竹英雄)와 린하이펑(林海峰)을 추천합니다. 말년에 자신이 창안한 ‘21세기 형 바둑’의 패러다임에 이창호는 결코 따라줄만 한 재목이 못 된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빠르고 화사하며 강력하기까지 한 조훈현. 그의 찬란한 천재성을 찬양한 기사는 오청원 한 사람만이 아니었죠. 그의 실질적 스승인 ‘괴물 기사’ 후지사와(藤澤秀行)는 일찍이 조훈현을 가리켜 “바둑의 재능만 놓고 본다면 나와 비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갈파했습니다. 중국의 녜웨이핑, 즉 섭위평(?衛平)도 “조훈현은 진정한 천재이며 이창호는 노력하는 천재”라고 말합니다. 감각적 측면에서 조훈현 만큼 공인받은 천재는 드물어 보입니다. [기자 이홍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