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애초에 최선의 수라는 개념에도 저마다의 주관적인 가치관이 반영되지 않습니까

누구에게는 최선의 수가

유불리를 떠나 자신이 둘 수 있는 최상의 수를 의미하는 것일 테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최선의 수라는 것이

승리를 굳히는 눈에 보이는 확실한 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왜 바둑인들은 형세가 유리한 사람이 오히려 집 차이를 벌이려고 들면

(대게) 아니꼽게 보는 거죠?

제가 아는 어떤 바둑학원 선생님은

형세판단을 해보고 20집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바둑을 계속 두고 있으면

불리한 상황에 놓인 아이를 혼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뭐가 잘못 됐나요?

승부수가 남아 있는 한 계속 도전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유리한 경우라고 초강수를 두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10번기 제5국에서도 이세돌이 계속 패를 맞받아치자 김성룡 등 해설위원님들이

구리가 기분이 더럽겠다 어쩌겠다 말하시던데..

이게 저는 잘못된 건지 분간이 잘 안 갑니다.

프로로서 어느 순간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게 틀렸다는 걸까요?

오히려 승부를 굳히려고 하는 게 결과에만 집착하는 병폐가 아닐까요?

형세나 유불리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단지 그 순간에 둘 수 있는 최상의 수를 찾는 게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닌지?

물론, 승부를 간단히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쉬운 길로 가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쉬운 길을 버리고 더 효율적인 수를 찾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게 마땅한지..

이런 분위기가 바둑계에서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기에 글을 한 번 써봅니다.

제가 잘못 짚고 오버했다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