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천재를 낳는 걸까요.

아니면 천재가 시대를 낳는 걸까요.

문용직 사범님이 '신포석법' 에 대해 쓰실 때,

'이제는 아무도 읽지 않는 책' 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신포석법에 근거한 조화, 속도에 대한 개념을 안은 채로 바둑을 두니까요.

현대바둑은 이미 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셈입니다.

책의 풀네임은 '위기혁명신포석법'.

말그대로 혁명.

다른 관점, 다른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었어요.

신포석 혁명 이후에도 수많은 신형을 만들며 발전과 진보를 이뤄낸 것에 대해선 고개가 숙여질 만 합니다.

이같은 선구자적 역할을 해낸 사람을 한국힙합 쪽에서 찾아보자면 버벌진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90년대의 랩이란 그저 말을 빨리 내뱉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롸임의 운용도 능숙하지 않았던 터라, 

학교! 종교! 육교!

난 싸가지가 바가지! 힙합바지 입고 나가지!

등등의 조악한 수준에 머물렀지요.

버벌진트는 한국어로도 롸임을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같은 방법론을 몸소 증명해보임으로써 그 격(格)을 한 차원 높혔습니다.

물론 동반자들도 있었지요.

오청원에게는 기다니와 야스나가 하지메가,

버벌진트에게는 피타입과 4WD를 비롯한 SNP 멤버들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