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실력차이는 솔직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전적도 매우 팽팽했고, 그랬기에 10번기가 성사된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6:2로 압도할 수 있던 이유를 말씀드리면..

(참고로 김성룡9단의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합니다)

1. 중국에서 열린다는게 오히려 이세돌에게 득이다

중국은 바둑 열풍이 강하기 때문에 10번기가 큰 화제였습니다.

그래서 구리에게 압박과 부담이 될 정도의 과도한 응원이 있었다고 하죠.

결국 한판 한판 질 때마다 구리는 회복하기는 커녕 더 깊은 수렁에 빠졌습니다.

문제는 이세돌이 중국에서 두는 것에 불리한 점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장점이었죠.

우선 구리와 달리, 이세돌을 향한 과도한 응원이 없었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고,

중국 음식을 한국 음식보다 오히려 더 잘먹는 이세돌이기에 컨디션 관리에도 문제가 없었다죠.

추가로, 중국에서는 대국 중에 건물 내에서 흡연이 가능하기 때문에,

애연가인 이세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환경이었다고 하네요.

2. 제한시간 4시간 설정은 구리의 치명적 실수

10번기가 성사되기까지 다양한 조건들을 서로 합의해야 하는데,

이세돌이 제한시간 4시간을 제안했을 때 구리가 고민없이 수락했다고 합니다.

중국 관계자는 너무 쉽게 허락하는게 아니냐며 구리에게 핀잔을 주었다고 하고,

이세돌도 구리가 이길 생각이 있는건지 의문스럽다고 했습니다. 왜냐구요?

이세돌의 약점은 포석입니다. 그리고 최대의 강점은 중반 수읽기입니다.

제한시간이 길면, 포석에서 생각할 시간이 많고, 수읽기를 더 깊게 할 수 있습니다.

즉, 제한시간이 길수록 이세돌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구리는, 어차피 시간이 4시간이어봐야 딱히 어드벤티지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평소 두 사람이 대결하던 2~3시간 제한시간에 비해 구리가 많이 밀렸죠.

포석에서 유달리 앞서나가지도 못하고, 수읽기는 상대에게 더 시간을 주는 셈이니까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6:2 라는 압도적인 점수차가 나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