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두다 보면 고수로 느껴지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절대 고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절대 고수는 수많은 고수가 인정해 줄 때에 탄생합니다. 특히 다른 절대 고수급이 인정을 해 준다면,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고 바로 말할 수 있습니다.

다께미야 9단이 여러 기전을 휩쓸고 다께미야의 3연성 우주류가 크게 인기를 끌었던 때의 일입니다. 그때에 마침 이창호 사범이 다께미야 9단을 꺾었습니다. 이 사범이 약간 불리한 듯한 국면이었는데, 종반에 이르러 조금씩조금씩 차이를 좁히더니,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지요. 이런 방식으로 두어 번을 당하자 다께미야 9단은 이창호 사범의 실력을 인정했고 이창호 시대가 열릴 것임을 예언했습니다. 그 예언은 적중했고 저는 이때가 이 사범이 절대 고수로 인정받게 된 때라고 봅니다.

이 사범이 절대 고수로 등극한 것을 어느 시점으로 잡아야 할지에 대해서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다께미야 9단을 꺾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께미야 대 이창호의 진검승부에서 만약에 다께미야가 승리했다면 다께미야는 우주류가 공식적으로 완성되었다고 선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범이 다께미야를 물리침으로써 "우주류에는 끝내기 부분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이것이 증명됨에 따라 다께미야 9단도 이 사범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저는 이때가 바로 이 사범이 절대 고수로 등극하는 때라고 봅니다.

절대 고수의 두번째 조건은 다른 절대 고수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자칭 고수나 자칭 절대 고수가 많습니다. 저도 한 때에 자칭 고수를 사칭했으니까요. 이 자칭 고수가 자신보다 하수인 분들의 영웅이 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자칭 고수는 진정한 고수에게 지도료, 수업료를 지출하는 호구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자주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