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경기를 강정호 선수 덕분에 본의 아니게 요즘 많이 봤네요.

경기를 보다가 느낀 게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할만큼 상황마다 정말 다양한 기록들이 다 정리가 되어 있고,

그래서 상황마다 자막으로 띄워주는데 정말 신기하더군요.

'2아웃 주자 1,3루 상황에서 타율', '3-2 풀카운트 시 좌완투수 체인지업에 대한 타율' 이런 건 기본이고

역사적인 부분도 다 정리가 되어서인지 'ㅇㅇㅇ 팀의 20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한 역대 몇번째 선수' 이런 것도 있고

뭐 여러가지 설명을 일일히 다 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다양한 기록들을 정리해서 

그것도 그순간 바로 자막으로 띄워주길래 참 신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바둑은 훨씬 제한적인데 왜 그렇게 못하고 있을까.', 

'바둑도 마음먹고 자료를 정리한다면 이런 중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바둑이야 말로 기록의 스포츠가 아닌가요.

바둑은 기보가 다 남고, 첫수부터 마지막수까지 전체 수순(move)이 하나도 빠짐 없이 명확히 기록이 됩니다.

인간의 자의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도 거의 없고, 게임의 전체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다는 편의성에서는 

야구와 비할 바가 못되죠. 그리고 이건 보드게임이라 가능한 거겠죠. 

그런데 바둑계의 현실은 어떤가요.

한국기원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정리된 기록들은 정말 몇 개 안됩니다.(통산최다승, 최다우승, 최장수순대국 등..)  

그마저 최근 자료는 업데이트도 안되어있구요.

이런 역사적 기록은 물론이고, 바둑의 상황별로도 자료가 정리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중계시에도 해설자의 단편적인 기억에만 의존하여 '이형태에서는 여기도 둘 수 있고, 이 수도 가능합니다.'가 아니라,

'낮은 중국식포석에서 백이 a에 둔 장면에서 흑의 응수는 역대 b몇 %, c몇 % (대국자 개인은 b몇%, c몇)' 이런 식의 중계가 가능하겠죠.

사실 이것도 야구에 비하면 매우 기초적인 부분이지만요.

그리고 특히 바둑은 시대적으로 포석발전, 정석의 변화가 있어왔기 때문에 

'이세돌이 가져온 변화 : a수에 대한 응수, 80-90년대 b 몇%, c몇% ,이세돌의 신수 등장 이후 d%, e몇%' 이런 것도 가능할 거 같구요.

야구도 일구 일구마다 뜨는 시간이 많아서 상황마다 기록이 뜨면 해설에 많은 도움이 되는데

특히나 바둑은 속기의 경우에도 한수 한수마다 뜨는 시간이 야구보다도 많아서 아무래도 진행자와 해설자가 여러가지 이야기로 채워야 할 시간이 많죠.

이런 식으로 자료가 정리되고 자막을 띄운다고 하면 진행자 해설자도 더욱 이야기가 쉬워지고 해설도 전문적이고 풍부해지고

시청자가 보기에도 재미있게 시청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정호 선수를 보다가 문득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