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坂田 수필 41, 42, 43 (完)

SG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9.17 19:14:13
조회 684 추천 22 댓글 12

<정석의 활용>


나는 실전에서 어려운 정석을 되도록 피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사정석 같은 것은 '대사백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변화가 대단히 복잡하지만

그것이 내 바둑에 나타난 예는 거의 없다.

거기에 이끌려 가기 전에 의식적으로 다른 형으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그다지 많이 연구하지도 않았고, 따라서 자신도 없는 형태를 취해서 둔다는 것은

진흙 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특히 대국 상대자가 그 정석을 자세히 알고 있는 경우에는 상대의 계략에 빠지게 된다.

물론 그런 정석을 두게 되는 경우에도 세심하게 변화를 살피면서 두기 때문에 큰 착오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지금과 같이 시간제한이 있는 대국에서 거기에다 귀중한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마추어의 경우에는 전문기사와 달라서

정석을 모르고 올바른 착수를 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므로 적어도 기본적인 정석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적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를 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한 번 보아서 곧 기억할 수 있는 쉬운 정석을 알아두면 될 것이다.

그 변화를 모조리 기억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므로 한 번 눈을 거쳐 두는 정도로 하고

실전의 경우에는 기본정석 이외는 자기 힘에 따라서 그 때 그 때 형세를 궁리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정석을 잘 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기지 못한다.

정석을 두었는데 그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다른 귀나 변의 형세에 따라서는 그런 일도 당연히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정석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도 결국은 그 사람의 기력이다.

정석은 우리가 의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활용하기 위한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새로운 정석에 대하여>


정석 가운데는 엣부터 전해진 것 외에 현대의 기사에 의하여 만들어진 소위 신정석이라는 것이 있다.

신정석은 현대의 실전과 연구 속에서 태어난 것이므로 옛 정석에 비해서 어느 정도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3선을 중심으로 하는 낮은 바둑이 많았는데 

현대 바둑은 세력도 중요시하기 때문에 옛날보다 높아져 4선을 중심으로 하는 정석이 새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옛날에는 정석으로 통용되던 것이 지금은 버려지고 쓰이지 않는 것도 많다.


물론 3백년 전부터 그대로 남아 있는 정석도 없지 않으나 

형태는 마찬가지라 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한 해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다.

또한 옛날에는 회피되거나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형이, 현재에 와서 높이 평가를 받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화점에서 날일자로 벌리는 정석 같은 것이 그것이다.

지금은 간명하고 견실한 정석으로서 프로나 아마 사이에 널리 애용되고 있으나 옛날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형이다.

또 두 칸 높이 걸치는 형은 최근에는 으레 나타나는 유행정석이지만 이것도 옛날에는 없었던 것이다.

후자는 특히 세력에 치중하는 현대 바둑의 대표적 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정석 중에서도 일정한 시기를 두고 유행하기도 하고 시들기도 하는 현상이 눈에 띈다.

이는 그 당시의 제1인자가 자주 사용하여 그 승률이 좋았을 때, 젊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는 데에서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한동안 오청원 9단이 연달아 신정석을 만들어내어 그것을 유행시킨 사실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최근에는 삼삼 정석이 유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치 큰 파도의 오르내림처럼 정석에는 유행과 쇠퇴가 번갈아 나타나겠지만 그것도 바둑의 영원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미가 있다.




<최악의 환경 속에서>


일본기원에 원생제도가 생기기까지 전문기사가 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는

연줄을 따라 고명한 기사의 내제자가 되어 그 집에 들어가 사는 방법이 있었다.

지금도 기다니 9단은 소년들을 자택에 두고 공부를 시키고 있는데 이 소년들은 동시에 기원의 원생이기도 하니까 옛날의 내제자와는 많이 다르다.

나에게는 내제자의 경험은 없지만, 선생 한 사람 제자 한 사람이라는 관계는 선생의 영향을 강하고 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에

선생과 제자의 성격이나 기풍이 이질적인 경우에는 오히려 곤란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 한다.

하기는 내제자가 되어도 선생과 직접 대국을 하는 경우는 좀체로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원생으로서의 수업을 했는데 기원 이외의 장소에도 아버지를 따라서 자주 갔다.

아버지의 정열이 나의 용기를 키워주었으며 나는 강적을 상대로 해서 힘껏 싸웠다.

이렇게 해서 나는 실전파로서 자라 왔다.

나는 때로 내제자나 원생제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걸어온 과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적으로 그런 제도들을 부정하지는 않으며 

장래에는 기원의 사업으로서 기숙사 같은 것을 세워, 원생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시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어떤 시대가 온다 하더라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둑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최후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뿐이라는 사실이다.

좋은 환경 속에서는 우등생도 많이 나오게 되겠지만

환경이 너무 평탄하면 더 뻗을 수 있는 소질이 더 자라지 못하고 그치는 예도 있을 것이다.

태평양전쟁이라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 오직 하나의 길을 걸어 온 나는 특히 이 점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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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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