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이세돌이 이 대회에 있어서 불리한 조건인데 아무도 그걸 모르고 있다.

(이세돌이 구글컴에게 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해말기 바란다)

그게 무슨 얘기인지 체스에서의 인간 vs 컴 때 규칙을 예를 들어 설명해주겠다.

다들 카스파로프 vs 딥블루 이거 대강은 알 건데 디데일은 잘 모르는 거 같다.

우선 IBM이 딥블부라는 이름을 쓰기 이전의 구버전부터 카스파로프와의 대결이 있었고( 딥쏘트 라는 구버전으로... 카스파로프가 2:0승리)

타회사의 PC버전인 Fritz3과의 블리츠(초속기)에서 카스파로프가 이미 1패를 허용한 적이 있었다. (종합전적은 카스파로프 승리)

아뭏든 핸디캡 없는 정상대국에서 1패를 허용할 수도 있고 속기로는 인간최강자가 질 수도 있다는 점이 미리 확인되어 있던 차에

96년에 딥블루와의 제1차 6게임매치가 성사되고 이것은 정통의 장고대국이었다.

그 첫판을 딥블루가 승리하자 발칵 뒤집어져졌는데 (장고대국으로 이겨갔으니) 다만 종합전적은 카스파로프의 3승1패2빅으로 끝났다.

그리고 카스파로프는 이제 약점 파악끝냈으니 담번엔 6:0으로 발라주마 라고 큰 소리쳤다.

97년 제2차 6게임매치(상금도 인상)때 비로소 컴이 2승1패3빅으로 종합전적으로 승리를 가져가면서

그 시점을 계기로 컴이 인간을 넘었으니 정도로만 국내에게 많이 알려졌는데 사실은 이 매치는 체스인 사이에서는 별로 인정을 못받고 있다.

당시 주최측인 IBM의 수상한 경기진행으로 인해 과연 컴이 단독으로 두는지 뒤에서 사람이 작전지시로 큰 그림에서 컴퓨터 특유의 약점을 커버해주는 부정행위를 하는지를

알 길이 없었고 엔진이 수마다 생각한 기록(로그 파일)도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이것은 다큐로도 만들어졌고 그래서 체스인들 내부에서는 이 매치를 그냥 쇼로 치부해왔다. (컴공쪽에서는 견해가 다르겠지만)

아뭏든 이때의 경험때문에 이후의 인간 vs 컴 대결에서는 조건이 변경되었다.

2002년 블라디미르 크람닉 vs 딥프리츠7 과의 매치때는

이벤트 6개월 전에 미리 동일판본의 소프트웨어를 인간측에게 제공하여 연습경기를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하고

(97년때는 사람은 버전업된 컴에 대한 실력파악이 안되어 있고, 컴측은 카스파로프의 실전기보를 다 가지고 있고...아무리 봐도 불공정한 조건이니 이에 대한 보완책이다.)

대국당시에도 작동버그에 대한 수정이외에는 로직 자체의 버전업이 허용되지 않고

오프닝북(정석책에 해당)속에 입력된 내용도 매판마다 최대10수 이내만 추가 내지 삭제의 수정으로 제한되었다.

그리고 로그파일도 당연히 제출되고 (사실 딥프리츠는 pc용 상업제품이라 구경하는 인간들이 엔진로딩해놓고 봐도 그 수가 거의 95%이상 일치하였음. 그 때의 상업용버전은 나도 가지고 있는데 당시 기보를 검증해봐도 별다른 의혹이 생길 소지는 없다는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대리대국이나 작전코치 개입의 의혹도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그 매치는 승패빅이 오락거리며 동점으로 종료.

그뒤로 카스파로프가 딥주니어와의 6게임매치(1승1패4빅), 딥프리츠와의 4게임매치(1승1패2빅)를 각각 더 치뤘고 역시 같은 조건이 적용되었다.

2006년에야 딥프리츠10 이 2승4빅으로 블라디미르 크람닉에게 종합적으로 승리를 하며 비로소 체스계에서도 진짜 인정해주는

컴이 사람을 넘어선 이벤트로 평가되고 있다. (역시 대국조건은 위의 것들과 같다.)

최근에는 아예 폰1개 띠고 해도 안될 정도로 더 차이가 나고 있어서 더 이상의 언급은 필요없을 것이고...

아뭏든 인간 vs 컴 대결에 있어 막상 부딪혀보면 실무적인 조건에 있어 조율할 것이 의외로 많음에도

이세돌 측은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그냥 콜 해버린 것이다.

심히 우려된다. 비록 이번에는 이길 지라도 대국규칙에 관한 나쁜 전례를 만들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에서 하는 전성전(바둑)이나 쇼기에서 하는 전왕전의 경우 체스에서의 이런 전례를 고려하여

사전에 프로그램을 인간측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바둑에서는 요다측이 젠을 미리 제공받아 몇개월간 연습을 해두었었고(다만 젠이 컴대회 우승,준우승 못해서 전성전 못나오면 어찌되는 것일까 ㅎㅎ, 실제로 작년에는 젠이 조기탈락해버렸다.)

쇼기의 도요시마 7단이 전왕전 대진표(5vs5 단체전)가 확정된 이후 실전대국에서 승리를 따낼 때 자신과 두기로 지정된 프로그램을 사전에 제공받고 무려 1천국을 두어 약점파악을 끝내고 두었다고 했을 정도인데(다만 그해 인간측이 종합전적에서 졌다.) 물론 약점 파악하고 여러판 연습대국 둬봤다고 무조건 이겨지는 것도 아니지만 우선 이렇게 라도 해야 승부가 된다는 걸 서로 인정하고 나름대로 공평한 조건을 만든 것이다.

(추가)

오로기사 보니 아작 세부조건이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나온다.

잘해야 제한시간(2시간~3시간?에 초읽기 횟수)이나 덤(6.5냐 7.5냐) 등등의 조건만 협상의 대상이 될 것 같은데

제일 중요한 조건인 컴측의 버전업 중단과 프로그램 사전제공에 따른 연습기회 같은 건 아마도 언급될 가능성이 0 에 수렴할 것 같다.

구글의 AlphaGo는 아직 개인용pc프로그램이 아니므로 체스나 쇼기의 경우처럼 사전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라도 해야한다.

예를 들어 이세돌이 구글코리아 본사에 출퇴근(?)하면서 전적 및 기보 비공개의 연습게임을 최신버전을 상대로 몇판이라도 해보는 조건...이게 들어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