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컴퓨터 잘 모른다. 체스는 아예 모른다.
그래서 컴퓨터가 체스로 사람을 이기는 원리도 모른다.
그래도 컴퓨터가 0과 1밖에 모르는 바보인건 안다.
그것으로 복잡한 작업을 해내고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는건 정말 신기하다.
하지만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것보다는 덜 신기하다.
말하는 것만 들려주고 혼자 습득해서 말할 수 있는 컴퓨터는 물론 없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것으로 무한한 창조를 할 수 있는
사고력 or 상상력이 없기 때문이다.

바둑을 보자. 수천년동안 이어오면서 지금에까지 이른 바둑에 있어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가장 큰 발전은 바둑을 바라보는 시각,
즉 사고의 확장에 있다.
부분과 부분을 넘어 전체와의 연관성을 고민하고 중앙과 세력을 인식하는가 하면
끝내기의 재발견,  모양에 구애받지 않는 실전형 등이 그것이다.

바둑은 몰라도 끝내기는 자신있다는 수학자도 있는데 컴퓨터도 끝내기는
잘할지 모르지.  초반도 멋지게 둘 지 모르지.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떨까?

바둑을 두다보면 어디에 두어야할 지 막막할 때가 있다. 프로대국에서도 물론
정답은 없다. 대국자의 개성을 무시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볼 때 다음 착점의
열쇠는 형세판단이 쥐고 있다. 한 수 둘때마다 형세판단을 하는 것이 정석인데
시간만 주어지면 집 세는건 어렵지 않다. 지금도 귀찮으면 컴한테 부탁해도 좋다.
하지만 세력의 가치판단은 문제다. 세력이 몇집이 될지 알 수 없다.
이른 중반전에 벌써 승패를 맞추는 괴상한 일도 있지만  아마 수치화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은 없지싶다. 그래서 형세판단은 어렵다.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컴퓨터보고 형세판단을 하라고? 프로들도 이견이 있는데?
안하고 두면 된다고? 오 그럼 고맙죠~

어쨌든 우리의 인간대국자는 형세판단을 한다. 그리곤 고민하겠지.
공격을 할것이냐 수비를 할 것이냐. 침투할까 삭감할까. 응수타진? 쨉을 날려봐?
세력확장? 허세? 나몰라끝내기? 손빼 말어?  재부팅신공? 물리기굽신? 무효협박? 계가지연? 키배?
일단 한가지 작전을 골라 예상도를 그려본다. 꼭 그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능력껏 앞날을 보고 형세판단을 한다. 맘에 안들면 다른 작전으로 예상해본다.
다시 형세판단. 또 맘에 안들면 다른 수단을 생각하고 형세판단....

공격하기로 한다면 용자다. 왜 공격인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 언제 공격할 것인가? 
무엇을 공격하는가? 어디로 몰 것인가? 어디까지 공격할 것인가? 사전 작업은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 그만둘까? 훗날 어떻게 이용해먹을까? 반격에의 대응은?....
정해진 것은 없고 니나 내나 실수할 수도 있고 패까지 생기면 더욱 복잡해진다.
용자에게 필요한건 뭐? 고도의 사고력이다. 상상력을 포함한. 겁나게 어렵다.

이래서 바둑은 예술이자 작품이다. 예술처럼 정답은 없고 무한하며 불완전하고 완벽할 수 없다.
한판의 바둑은 인간의 지능과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창조적 산물이고 바둑판은 무대가 된다.
모든 기보를 입력해도 다음 한판을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명령에 따른 결과물만 보여주는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이유다.

정석을 예로 들어볼까. 수만가지 정석이 다 완성된 정답이라고 해보자.
사람은 다 기억못한다해도 모르는 정석이라고 해도 첨보는 정석을 끝까지 맞게 둘 수 있다.
최선의 수순이기때문에 원리를 알면 결국 찾아가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신정석이 생겼다. 자료입력없이 컴퓨터가 제대로 둘까? 스스로 원리를 찾아내서?
이런 허접한 글도 쓸 줄 모르는 컴퓨터가?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해야 알아낼 수 있을까? 어째야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인간처럼 생각해야 한다.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고 창조할 수 있어야한다.
이건머 SF구만. 무서워서 살겠나.






나는 그렇게 믿고 산다.









내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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