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바둑의 묘미가 뭔지 조금씩 느껴가는 하수입니다.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한번 간단한 기본 규칙만 가르쳐주시고 얼마 안되어 별세하셔서
그 이후로는 왠지 바둑판에 손이 안가서 멀리멀리 떠나있다가 소대장때 행정보급관분이
아주아주 기초룰을 가르쳐주셨는데(소공격, 두눈), 그러다 제가 전출가서 또 몇년 바둑에
손도 못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당직사령서다가 본 티비에서 바투리그라는 희안한 것을 하더군요.
조국수님께서 나오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뭔가 하고 봤습니다.
바둑과는 나름 비슷한데 뭔가 좀 많이 다르더군요.

그래서 옛 추억에 바둑판 꺼내놓고 바둑돌 좀 만지작 거리다가 집에 있던 은별-_-님에게
도전하고 그 재수없는 북한아줌씨 목소리에게 완전 박-_-살나버렸습니다.

그러다 연합사에 파견나가고 그래서 또 못두다가 부대 돌아와서 일처리하다가 야간에
잠깐 책 읽는 중에 바둑기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조국수님이 바둑으로 카퍼레이드
했던 시절이야기를 해주다가, 상황병이 묘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대에 바둑대회 결승에도 나온 적 있는 사람이 있다고, 사단 바둑대회에서 순식간에
다 발라버리고 포상딴 사람이 있는데, 최근 제 계원이 저 없는 동안에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였답니다.

그래서 주말당직을 서는 김에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잘 두더군요.
기원사범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가르치는 것도 확실했습니다. 바둑을 전파하고 싶은
마음도 대단하고... 야간에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배웠습니다.

휴대전화로 <정통바둑>이라는 프로그램의 사활풀이를 하면서도 이해가 안되던 부분을
한번에 이해시켜주는 실력이라는 것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
명지대에 바둑학과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기도 하고...

계원녀석이 단순히 장난으로 배우는 줄 알았는데 밤마다 찾아와서 배우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참 놀라기도 했습니다. 과업무도 잘하는 녀석이 주말에는
드럼을 배우고 밤에는 바둑을 배우고 있다니... 왠지 기특하달까.

그 덕에 저도 같이 배우기로 했습니다 ㅋ.

이번달에 파견 나갔다 오면 오는 길에 기원용 평판하고 바둑돌을 사서 비치해두고
군수과를 바둑동호회로 만들어버릴 생각입니다. 부대에서 이런 좋은 것을 배워서 나가는
것도 부대원들에게 좋은 일이기도 할것 같고, 그 덕에 저도 배우면 참 좋습니다.

이런 좋은 때 부대를 비우고 또 연합훈련 나가야 된다는 것이 우울합니다.

조부님이 한국기원 3급이셨는데, 거기까지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으면 합니다.
외조부님께서도 자주 두시는데 팔순잔치때는 대국해드리고 싶기도 하고...

제목하고는 영 다른 생활이야기가 되어버렸군요. 
모두 평안하십시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