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바람의나라 장사꾼이었던 저는 고백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밝히는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반성의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고

익명의 힘을 빌려 용기를 내어봅니다.

수년 전, 알바로 열심히 모았던 2천만원 남짓 돈으로 바람의나라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저였지만 열심히 아이템을 하나둘씩 모아갔으며, 아이템이 쌓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느순간 수백만원의 이윤을 남겼으며, 저는 저의 재능을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에 기쁨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 돈은 어느덧 4천만원까지 뿔려나갔으며 저 스스로 거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거보다 집에서 편하게 앉아서 게임하면서 돈번다"라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친구들은 저의 그 모습을 보고 한심하게 여겼지만 저 또한 힘들게 남밑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한심하게 여겼습니다.

저는 친구들을 보며 "능력이 없으니, 남밑에서 뼈빠지게 일해서 돈버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아이템이 잘 팔리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둘씩 패치가 거듭될수록 아이템의 시세는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수천만원치 갖고있는 제 아이템은 거의 반토막 이하가 되버렸습니다.

50억 가량에 산 아이템이 7억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돈을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에 토토와 코인을 하기 시작했고

이로인해 남은 돈 마져 다 사라졌습니다.

템을 사면서 온갖 혐사 소리는 다들으면서 욕받이를 하면서 템을 매입해왔지만 그 결과물은 처참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주위를 되돌아보니 제가 한심하게 봐왔던 친구들은 수년이 지나 진급을 하여 빵빵한 월급을 고정적으로 받으며 워라벨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직업 덕분에 대출이 잘나와 평수 넓은 신축 아파트 계약에 심지어 와이프까지 미인이었습니다. 너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인정 할 수 없었습니다. 인정해버리면 제가 더 초라해질 것 같아 모든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로써 얻은건

거북목과 축늘어진 뱃살, 그리고 줄담배, 밤낮바뀐 생활, 다크서클, 떨어진 시력, 소화 불량, 골반 비틀어짐, 스트레스로 인한 흰머리 등등

이미 망가지고 나태해진 제 모습 뿐이었습니다. 폐인 그 자체였습니다. 현재는 우울증 약도 복용중에 있습니다.

돈은 다떨어지고 어디에 일을 구하려해도 남들이 자격증 공부를 할때 저는 게임에만 올인해왔기에 정상적인 취업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남은 얼마 안되는 구깃한 돈을 쥐어잡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와중에 내일 드디어 쿠팡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마음 떨리는 순간입니다. 드디어 밖에서 햇빛을 보며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폐인같은 삶은 이로써 오늘로 막을 내렸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게임을 해온 결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변에 친구들을 안본지도 오래되고 이런 상황과 폐인같은 몽골로 친구들을 맞이하기도 창피합니다. 저를 만나줄지도 미지수입니다.

여러분들도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 저처럼 순간의 눈앞의 돈을 쫓다가 처참한 비극을 맞이하지 않길 바라겠습니다.

저의 한풀이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