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패스트볼 상대 성적이나 기대 타율은 꽤 합리적인 지표라고 생각하고 눈여겨봅니다

실제로 타자들의 컨디션이나 성적은 여기에 깊게 영향 받으니까요.

반대로 몇몇 구종, 소위 커브나 스플리터 같은 구종들의 상대 타율은 그야말로 허상이라 봐도 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타자들의 구종 상대 성적 계산 방법은 이렇습니다.

커브를 쳐서 만든 안타 / (커브에 루킹 삼진+커브에 헛스윙+커브 때려서 인플레이)

야구를 한 시합이라도 경험해본 분들이 있다면 이게 사실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건지 이해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커브는 잘 친다 어쩐다를 말하기 이전에 골라내는 능력이 주요한 구질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놔두면 볼이 되는(땅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변화구들) 이런 구종의 경우, 쳐서 안타로 만드는 능력보다는 골라내서 출루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타율로 평가하잖아요. 

한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 나성범은 170안타 34홈런을 치고 0.324, OPS 0.987, wRC+ 152.2를 뽑아냈습니다. 

성적만 보면 그냥 뭐 못 치는 공이 없고 원하면 밀어칠 수 있는 타자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상대 타율이 이렇다 하면 

'아 얘는 이런 구종을 상대로 끔찍하게 약한가보다'라는 결론에 의문을 품지 않는 것처럼요.

구종 상대 성적이 year to year correlation을 가질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느냐는 일단 차치하고 

밀어치기 당겨치기의 판단 기준이 스프레이 차트가 되는 점도 이와 비슷합니다. 많이 이상하죠. 밀어치기는 타수나 타석, 안타의 분포가 아니라 공에 대한 접근을 의미하는 건데도요. 

어쨌든 밀어치기는 타석에서 타자가 의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히팅 포인트를 뒤에 놓듯 바깥쪽 공에 반응하는 타격을 추구할 수는 있겠지만) 순전히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기고, 더욱 더 당기는 것과는 다르게 밀어치기는 타자가 의도한다고 볼 수 있는 요소가 너무 적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