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실링 건은 진짜 뭐라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뭐 그 외에도 각양각색의 어이없는 이유로 못 들어간 사람들도 많지만
입 하나로 약쟁이보다 못한 취급을 받게 되면 대체 야구에 있어서 명예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비약이 자꾸 머릿속을 헤집습니다.
물론 실링의 언행을 입 하나라는 표현으로 축소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깨끗했던 선수시절마저 부정하는 건 너무 부장한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요전에 예르민의 3볼 타격을 같은 팀의 라루사 감독이 꼬집은 일도 있었지요.
사실 그 사건이 그렇게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3볼 타격을 사건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라고는 더더욱.

이 사건을 갑자기 끌고 온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품격'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였습니다.

대체 그들이 말하는 야구의 품격이란 무엇일까요.
약쟁이가 되서 다른 청정한 선수들의 커리어를 깔아뭉개고 그것을 승부욕으로 포장하는 것은 야구의 품격일까요?
각종 불문율이 암암리에 강제되고, 그 불문율에 묶여 제한된 퍼포먼스만을 보여주는 것이 야구의 품격인가요?
그렇다면 배트플립에 대한 보복구는 치졸한 복수인가요, 야구의 품격인가요?

대체 무엇이 야구를 이렇게 경직되게 만들었을까요.
칠 수 있는데 치지 않는다는 건 상대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니던가요?
입을 열고 적당한 쇼맨십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흥행을 위해서도 권장해야 하는 행위가 아니던가요?
그들만의 품격 논쟁에 관중은 고려대상이 아닌 걸까요?

지금, 야구는 세이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스탯캐스트란 횃불은 시프트의 혁명을 가져오고 타구질을 기반으로 한 선수판단이란 새로운 지평을 가져왔습니다.
또한 시프트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삼진과 홈런, 더 빠른 공, 더 센 타구의 혁명이란 결과를 남겼죠.
이런 시대에서 현 시대 관중들이 열광할만한 인플레이 타구로 인해 생성되는 역동성과 선발투수의 낭만은 점차 거세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거세되어야 했을 불문율이란 잔재는 왜 아직도 야구에 도사리고 있는 겁니까.

관중들이 보고 싶어할 장면이 사라져가면, 그만큼 관중들을 위해서 더 많은 볼거리를 준비해줘야 발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아니면, 그들은 일개 관중 나부랭이보다 자신의 자존심이, 그 빌어먹을 품격이 더 중요했던 겁니까.
대체 무엇이, 저 늙은 사람들을 아직까지 품격이란 허상에 사로잡히게 한 겁니까.

그냥 약쟁이들은 전부 응당한 비판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은퇴 이후의 발언들이 선수 시절의 영광을 퇴색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나 다 알고 있었는데 침묵했다는 이유로 약쟁이들이 용서받으면
그 시대에 뛰었었다는 이유만으로 스러져버린 청정선수들은 대체 무슨 잘못인겁니까. 그러면서 부정투구 감시는 또 좋아한다니, 이 무슨 코미딥니까.

또한, 이제 그놈의 불문율은 뿌리뽑혔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낭만의 불씨는 그들의 방식대로 자라게 냅뒀으면 좋겠습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해 공을 치고, 막고.
그런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품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관중을 위한 야구의 품격을 보고 싶습니다.

번외로, 치팅쟁이들은 존나 더 욕쳐먹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