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사법처리 여부 유보   [머니투데이 여한구기자]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박상길 검사장)가 김승연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장고'(長考)에 빠졌다. 검찰은 수차례의 소환 일정 조율끝에 지난 17일 김 회장을 소환해 12시간여 동안 조사를 벌였으나 기대했던 수준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대생 인수 과정에서의 정관계 금품로비 및 맥쿼리생명과의 이면계약에 직접 개입했는지를 조사했으나 "그런 적이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김 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대생 인수는 김연배 부회장(구속)에게 전권을 줬고 자신은 그 결과만을 보고 받았을 뿐"이라는 요지로 일관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의 질문에 일일이 동석한 변호사와 상의를 거친뒤 답변하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 검찰측을 당혹케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이제는 참고인의 경우는 자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김 회장에 대한 조사에서 큰 소득이 없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연배 부회장 등 한화측 인사들에 대한 추가 보완조사를 거친뒤 김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론짓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정했다. 이는 18일 중으로 결론을 내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대생 인수가 그룹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었던 만큼 김 회장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소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 상태에서 기소를 하더라도 공판중심주의 강화 경향에 따라 엄격한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무혐의 처리할 경우 '면죄부를 주려고 재벌 총수를 불렀냐', '수사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등의 비난여론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는 것 보다는 '시간 벌기'를 하면서 불리한 여건을 뒤집을 만한 '반전 카드'를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그러나 "김 회장에 대한 재소환 계획은 없다"고 밝혀 김 부회장 등 한화측 내부인사의 태도변화 유무가 김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가려지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18일 중으로 2002년 후반기 한화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