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20살됐던해 겨울  얘기임

여자사람친구라고 하지만 욕주고받는 부랄친구같은 느낌은 아니고

어색함 한스푼 설렘 한스푼 더 얹은 사이였는데

내가 전셋집 얻고 난 뒤 첫 손님이었음

크리스마스 이브에 뭐하냐고 카톡보냈더니 그냥 집에 있는다길래

나도 마침 약간 쓸쓸해서 집들이 오라고 불렀음

tv틀어놓고 같이 심심하게 보고있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너무 구리다는 의견에 따라 홈파티를 열기로 함

같이 마트에서 와인부터 소주 쿠키 음료수 케이크 파티용품같은거 잔뜩 사옴

둘이 술잔 부딪히면서 폭축도 터트리고 팡파래(?) 같은거 불고 케이크도 먹으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축하함

근데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당연히 자정이 넘은거임

막차도 끊겼고 나도 술먹어서 운전못하고 그래서 자고가라고 했더니 ㅇㅋ함

잔뜩 취한 상태로 샤워 마치고

나는 바닥에 이불깔고눕고 친구는 침대에 누움

내가 잘자 좋은꿈꿔. 이러고 이불 덮어줬더니

그 친구가 바닥 딱딱하니까 올라와서 자라고 함

내가 그래도 되는거야? 좁지 않아? 그랬더니 우리 사이에 안될게 뭐있냐고 그럼

진짜로 다른 마음 안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만취한채로 더블사이즈 침대에 같이 누우니까

당시 연애 안한지 3년됐었던 가슴이 미친듯이 두근거렸음

그래서 일을 저질렀음.  "나 추워. 안아주면 안돼?" 이래버림

그랬더니 아무 대답도 없이 살포시 안아줌

그렇게 설렘속에 잠들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직 내 어깨에 팔 걸친채로 자고있었음

좋아서 깰때까지 자는척하면서 지켜봤다가 깨고나서는 그런일 없었다는듯이 친구사이로 돌아옴

나는 그날이후로 쭉 마음있었지만 괜히 차이면 그때의 기억까지 훼손될까봐 무서웠던듯

지금 생각해도 분위기가 꼭 동화의 한장면같았고

실제 연애했던 기억까지 합쳐도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 top3안에 드는거같음